김태완 주택관리사
김태완 주택관리사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참 많은 얘기가 있다. 그 중 관리사무소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난처한 것은 관리사무소에서는 많은 일을 하지만 입주민들이 그것을 피부로 느끼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일부 위탁관리 회사나 동별 대표자들도 관리의 최고 목표를 ‘관리비 절감’으로 두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관리사무소 직원 급여나 공사비 또는 용역비를 최소로 하는 것을 절대선으로 여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관리비 절감이 최고의 목표라면 관리비를 걷지 않으면 되고, 관리사무소를 두지 않으면 된다. 관리사무소는 관리비를 절감하는 곳이 아니라, 관리비를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기관이다. 그 효율적인 집행을 위해 관리사무소의 직원의 전문성이나 직원의 사기, 그리고 일에 대한 능동적인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관리라는 것이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수익을 내는 일이 아니다 보니, 관리사무소의 효율적인 운영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15년여 관리사무소장으로 있으면서 경험한 나의 이야기로 이런 인식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내 이야기가 관리사무소장들이나 직원들, 아파트 입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다면. 그리고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면, 서로 이해하고 함께 산다는 느낌을 갖게 할 수 있다면. 그런 상태에서 집행되는 관리사무소의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더 나은 세상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의 내 경험이 어느 정도의 소통과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지, 무척 궁금한 마음으로 내 경험을 적어본다.

15년쯤 전에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자격을 취득하고 4~5달을 면접을 보러 다녔는데, 아무 경험도 없는 날 관리소장으로 채용하는 단지는 없었다. 독학으로 주택관리사 공부를 하다 보니 학원 동료도 없고, 나에게 주택관리사 시험을 추천했던 친구의 부인 말고는 다른 주택관리사를 전혀 알지 못했다. 관리소장으로 취업이 힘드니 기사로라도 취업을 해야 할 형편이었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때 한 소장이 나를 자기가 근무하는 단지의 옆 단지 기사로 가보겠냐고 조심스럽게 추천해 줬다.

그렇게 그 단지에서 기사이자 경비원으로 때로는 남자 미화원으로 1년의 시간을 보냈다.

전 직장에서 받던 급여의 2분의 1도 되지 않던 급여를 받으며, 주 6일을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해서 저녁 10시쯤 귀가하더라도 마냥 행복했다.

세대수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넓은 경사진 조경 구역을 1년에 두 번씩 혼자서 1주일 이상 제초작업을 해야 한다고 해도, 입주민들 출근 시간 전에 지하주차장을 청소해야 한다고 해도, 내가 부지런하면 그동안 준비하던 공부도 계속할 수 있고, 그 시험에 꼭 붙지 않아도 곧 관리소장으로 나갈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혼자 남은 사무실에서 책을 보며 오후 10시까지 사무실에 있었다. 그 이전의 오랜 수험생활은 날 겸손하게 만들었다.

여기에서 1년을 넘길 즈음 당시 함께 근무했던 관리소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른 곳에 관리사무소장을 지원하니, 그제서야 연락이 왔다.

처음 이력서를 내고 한 달이 지나서야 자치관리를 하는 단지에서 연락이 왔다. 관리소장 지원자 3명이 동대표 4명 앞에서 면접을 봤다. 다음 날 관리소장으로 최종합격했는데, 대신 종전 소장이 받던 급여에서 30만원을 깎아 근무할 수 있냐고 제안한다. 그래도 지금 받는 급여보다 훨씬 많으니 이 정도면 괜찮은 조건이 아니냐고 한다. 이 단지에서는 내가 냉큼 그 조건을 받아들일 줄 알았나 보다. 난 거절했다. 그리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처음 근무하는 다음 날부터 다른 곳의 관리소장 자리를 알아볼 것 같다고, 그것은 내 양심에 반하는 것이고 관리소장 첫 출발을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결국 나는 한 달 후 나를 알아봐 주는 곳에서 자리를 잡았고 그 며칠 후 내가 거절한 단지에서 연락이 왔다. 제대로 월급을 줄 테니 다시 와 줄 수 있냐고. 나를 대신해 들어간 소장이 내가 가졌던 생각대로 잠깐의 근무를 하고 그만둔 모양이다. 그래서 좋은 곳에 관리소장으로 취업했다고 당당히 말하곤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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