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완 주택관리사
김태완 주택관리사

매일 출근하면 습관적으로 물 한 잔을 마시고 단지 순찰을 도는데 어느 날인가부터 6~7살 정도 돼 보이는 웬 꼬맹이가 킥보드를 타고 나를 따라붙었다.

“아저씨 뭐하세요?”, “아파트 단지 순찰도는데”

“순찰이 뭐예요?”, “음~너가 사는 아파트가 밤새 별일이 없었는지 확인해 보는 거야. 꽃이랑 나무들도 잘살고 있는지 살펴보고 말이야.”

꼬맹이가 나를 따라다니며 주저리주저리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신변 잡기적 질문들이 끝나고, 갑자기 단지 화단에 심어져 있는 꽃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약간 헷갈리긴 했지만 “음...그건 꽃사과.”

“저건요?”, “그건 꽃잔디.” 그렇게 수수꽃다리, 명자나무, 영산홍, 황매화 조릿대까지 30~40분이면 끝나는 아침 순찰이 이 꼬맹이 덕분에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아저씨 내일도 나오실꺼죠?”하고 헤어지는데 갑자기 걱정이 밀려온다. 오늘은 다행히 내가 아는 걸 물어봤는데, 내일 이 꼬맹이가 물어보는 걸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면 그게 무슨 망신인가 싶어 순찰을 마치고 돌아와 조경 도면을 꺼내 들었다.

생각보다 내가 모르는 꽃과 나무 이름이 많았다. 그걸 외우느라 약간의 야근까지 하며 웬만한 것은 외워뒀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도 이 꼬맹이는 어제 만났던 장소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3일 정도 지났는데 꼬맹이가 보이지 않는다.

덕분에 나는 단지 안에 있는 꽃과 나무 이름 그리고 그것들의 특성까지 다 외웠는데 더 이상 애제자(愛弟子)가 없으니 한편으론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론 후련하기도 했다.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순찰을 도는데 지나가던 차가 내 앞에 선다. “아저씨”하고 달려오는데 그 꼬맹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내리는 30대 중반의 입주민.

아들이 얼마 전부터 단지 내 꽃과 나무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신기했는데 함께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는 중 꽃과 나무 이름을 다 알고 있어 대견스럽기도 하고 내심 깜짝 놀랐단다.

그러던 중 자신에게 꽃과 나무 이름을 알려준 아저씨가 지나간다며 차를 세우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이가 호기심이 많아 연신 질문했을 텐데 귀찮게 여기지 않고 친절하게 설명해 줘 감사하다”며 진심으로 고마워한다.

“고마운 건 접니다. 저도 이 친구 덕분에 조경 공부 잘했습니다”라며 간단히 대화를 나누고 사무실에 돌아와 왠지 모를 흐뭇한 기분에 잠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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