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완 주택관리사
김태완 주택관리사

본사의 회계감사를 받느라 한참 바쁜 와중에도 서무 직원이 전화로 입주민에게 쩔쩔매는 상황이 고스란히 들려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계감사만 아니면 그 전화를 바로 인계받았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감사를 끝내고 다른 일로 정신이 팔려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서무 주임이 전화 온 입주민에게 전화를 해 달란다. 아직도 화가 안 풀린 것 같다고.

단지가 2000세대 정도 되니 그렇게 인계받는 전화가 하루에 3~4통은 된다. 대부분 층간소음, 층간 누수, 주차단속 이런 것들이지만 이번엔 사안이 다르다. 서무 주임 말로는 입주민이 관리비를 냈는데 그 입주민에게 연체료를 부과했다는 것이다.

그 입주민이 입주한 지 한 달 보름이 지났는데, 2~3일 전에 입주자 카드를 작성했단다. 관리비도 제대로 입금하지 않고 450원을 더 냈기 때문에 그 입주민이 냈는지 안 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어 관리비를 안 낸 줄 알고 연체료를 부과했다는 것이다.

입주민은 정상적으로 관리비를 냈는데 연체료를 부과해 자신의 신용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 질 꺼냐며 서무 주임 얘기는 듣지도 않고 계속 화를 내다 관리소장을 바꿔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며칠 전에도 이런 유형의 민원인에게 시달린 적이 있어 전화 걸기가 당최 껄끄러웠다.

아무리 껄끄러워도 우리 막내 서무주임이 혼이 났는데 관리소장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도덕적으로나 직업적으로 마땅치가 않아 무거운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입주민이 바로 전화를 받는데 생각보다 화가 좀 풀린 것 같다는 느낌이다.

“제가 바로 전화를 받았어야 했는데 회계감사 중이라 못 받았습니다. 늦게 전화해 죄송합니다” 하니 종전보다는 누그러진 톤으로 서무 주임에게 했던 얘기를 한다.

나는 “매일 관리비가 입금되면 경리나 서무 주임이 관리비 수납 표시를 해 두는데 그 근거는 입금자의 성명이나, 입금 시 표기된 동호수입니다. 그것마저 없다면 입금된 금액을 가지고 같은 금액이 부과된 세대를 전부 전화해 입금자를 찾고 있습니다. 민원인은 입금자표시가 돼 있긴 하지만 입주자 카드를 늦게 작성해 관리사무소에서 몇동 몇호에서 입금된 건지 알 수도 없었고, 관리비 금액도 틀리게 입금돼 그 금액으로 파악하기도 곤란했습니다. 불행하게도 다른 방법으로는 관리비 입금자를 찾을 수 없었던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라고 얘기를 하니 끝까지 이야기를 경청한다. 이 입주민도 더 이상 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

아파트 민원의 진정 패턴은 그런 것 같다. 처음엔 민원인 스스로에게 크게 부당한 일이 일어났다고 흥분했다가 민원을 제기하는 중에 심지어 자기가 말하면서도 상황이 어렴풋이 이해되기도 하고 아니면 따지다가 내가 설득되기도 하고 그렇게 진정되는 과정을 거쳐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직원과 입주민과의 꾸준한 상호작용. 그게 관리소장의 일인가보다. 그렇게 오늘도 또 하나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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