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완 주택관리사
김태완 주택관리사

관리사무소장으로 처음 근무하던 단지에서 옹벽 위와 어린이놀이터에서 다량의 물이 용출되는데 누수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불가피하게 업체를 선정해 보수하기로 하고 일반경쟁입찰, 최저가 낙찰로 업체를 선정했다. 현장설명 시 우리가 누수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으니 누수의 원인을 찾는 것은 오로지 현장 설명에 참가한 업체에서 감당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녹취까지 해 뒀다.

업체가 선정되고 공사를 하려고 하는데 장마철이 겹쳐 계약일로부터 한 달이 지날 때까지 공사를 착수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던 중, 전혀 다른 곳이지만 인근에 있던 상수도관이 파열돼 장맛비를 맞으며 긴급 보수공사를 진행했는데 그 공사 후에 어린이놀이터에서 더이상 물이 용출되지 않았다. 내 생각으론 더이상 공사가 필요하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업체에 미리 지급한 선급금을 돌려달라고 하니 그 업체에서는 계약 후 업체의 담당 이사가 수시로 관리사무소에 방문해 일을 했기 때문에 줄 수 없다고 업체가 보유한 작업 일보 까지 제시한다.

관리사무소에서 집행하는 공금의 무게는 나를 무척이나 심각하게 만들었다.

전화로만 돌려달라고 해서 선급금을 돌려주지 않나 싶어서 선급금을 받기 위해 아침 일찍 업체 사무실에 가서 사장이 퇴근할 때까지 앉아 있다가 왔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우리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업체 사무실로 왔다. 관리사무소에 소장이 없는 걸 이상히 여긴 회장이 경리주임에게 물으니 업체에 선급금을 돌려받으러 갔다고 했단다.

처음엔 농담이려니 하고 금방 오겠지 했는데 며칠째 안보이니 직접 찾아온 것이었다.

업체 사무실을 나오며 “그냥 X 밟았다고 생각합시다. 김소장~~!” 했는데 당최 개운치가 않았다. 그래서 소액심판과 동시에 가압류를 걸었다. 1년이 지난 후에서야 겨우 연락이 왔다.

재판을 받고 나오는데 업체 사장이 “돈을 돌려 줄테니 가압류를 빨리 풀어 달라”고 사정을 한다. 실은 보수업체 사장이 회사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회사를 매각했는데 그 회사를 산 사장이 간밤에 전화를 해서 “억대가 넘는 회사를 매각하면서 몇 백 만원의 선급금하나 제대로 처리를 못해서 본사 임차보증금이 가압류 되게 만들었냐”며 엄청 화를 냈다고 한다. 또 재판정에서 판사가 아파트 편을 드니 풀이 잔뜩 죽어 있었다.

그 이후 나는 업체가 원하는 것보다 조금 늦게 가압류를 풀어주는 약간의 갑질(?)과 함께 가압류를 풀었다.

마음 같아서는 더 늦게 풀어주고 싶었지만 얻을 건 얻은 마당에 내가 너무 심한 것 같기도 하해서 말이다.

지금은 인터넷 전자소송이 훨씬 잘 돼 있어 소액심판이나 가압류 절차가 간소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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