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완 주택관리사
김태완 주택관리사

입주 단지에서 일한다는 건 아마도 안정된 단지의 관리사무소장 업무와는 전혀 다른 정도의 업무부담으로 기억된다. 할 일도 많고, 민원도 많고, 책임도 많고 여러모로 힘들다.

게다가 입주 아파트의 경우 일반적으로 신참 관리소장들이 많이 가는데(경험자들은 안 가려고 하니까) 일부러 관리소장의 계약 기간을 짧게(약 3개월) 잡아놓고 입주 후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될 때까지 엄청난 고생을 감당한 관리소장에게 그동안의 모든 민원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고 바로 해고 처리하는 위탁회사도 있다고 한다.

초보자에게 입주 아파트는 너무 어려웠다. 2009년 7월쯤 한참 입주를 받고 있을 때 자신들에게 입주 관리를 맡겨 달라고 입주관리업체에서 장애인 단체와 함께 여러 명이 관리사무소를 찾아왔다. 말로만 듣던 어깨들(?)이었다. 입주 관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계속해서 아파트를 찾아왔다. 그래서 입주예정자모임 회장과 운영위원들을 불러 향후 대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들의 요구는 그들이 단지 내에 부스를 설치해 각 부스마다 임대료로 일정액을 징수해 받고 그 돈 중 일부는 관리사무소나 입주예정자 모임에 납부, 징수한 금액과 납부한 금액의 차이로 단지 내의 불법 영업이나 입주 쓰레기를 관리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내가 파악한 내용으로는 입주 쓰레기나 불법 영업 등을 일정 정도 관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직전 단지의 사례에 비춰 볼 때 강압적 단속으로 입주민들에게 위화감이 발생했고 임대료를 받고 도주해 회계사고 및 이에 대한 다양한 분란이 발생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입주관리계약을 거부하고 향후 발생할 불상사에 대해서는 이런 우려들을 입주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입주민들과 함께 대처하기로 했다.

어깨들과 장애인 단체는 꾸준히 방문해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했다. 입주예정자 및 입주자들은 정상적인 부스계약을 제외하고는 입주관리업체와 장애인 단체의 어떤 요구도 들어주지 말 것을 관리사무소에 강하게 요구했다.

우리와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인근 단지에서는 입주관리업체가 행패를 부려 결국 단지 안에 부스 설치를 허용했다는 얘기도 들리고, 어쩔 수 없이 계약을 맺은 단지에서는 입주관리업체로 인해 민원이 빗발친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결국 입주관리업체와 장애인 단체에 그들이 무단으로 설치한 부스의 퇴거를 통지했고 말을 듣지 않아 이른 아침에 출근해서 직원들과 무단으로 설치된 부스를 단지 밖으로 옮겨놨다.

그럴 때마다 여러 명이 찾아와 관리사무소에서 소란을 일으키고 그래서 경찰서에 신고를 하곤했다. 입주관리업체와 장애인 단체에서 부스 퇴거 문제로 쫓아와서 소란을 피울 때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내 아들 이름과 학교를 들먹이며 난동(?)을 피울 때 내가 그랬다.

“이렇게 관리사무소에 와서 소란피우며 겁을 주려고 하는 모양인데 내가 제일 겁나는 것이 가장이 가장 노릇을 제대로 못해 가족을 곤경에 처하게 하는 거고 소장이 소장 노릇을 제대로 못해 직원들을 해고 당하게 하는 겁니다”라고 큰소리쳤다.

그때는 단단히 각오하고 한 얘기였지만 실은 그 사람들도 할 수 있는 것이 소란을 피우는 정도였던 거 같다. 이후 입주민 연대 서명을 100세대 이상 받아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서로 고소를 하러 가는 사이 버스로 동원된 중증 장애인 40여명이 우리 단지로 항의 방문을 왔다고 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소장으로서 내가 할 일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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