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 차상곤

최근 한 커뮤니티에 ‘임대아파트 층간소음 난다고 윗집 현관 발로 차는 여자’라는 제목의 글과 영상이 화제였다. 그리고 층간소음 갈등을 겪던 윗집에 계속 찾아가 흉기로 현관문을 내리치고 협박한 아랫집 주민이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층간소음으로 이웃 간에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아랫집이 층간소음의 키를 쥐고 있으니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아랫집은 피해자이고 윗집은 가해자라고 무조건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들 모두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와 주거문화개선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아랫집의 민원은 75%이고 윗집의 민원은 25%다. 아랫집에서 가장 많은 민원은 아이들 뛰는 소음이고 다음은 어른들 걷는 소음, 가구 끄는 소음 등이다. 요즘은 반려견에 대한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윗집의 민원은 보복소음이 많다. 막대기로 천장을 치거나 우퍼스피커로 공격하거나 끊임없이 항의 민원을 넣는다. 재차 말하지만 층간소음에 완전 해결이란 없다. 분쟁 중인 어느 한 집이 이사를 가야 끝난다.

한번 층간소음 피해를 입은 사람은 평생 트라우마로 남는다. 그러면서 층간소음 발생 시 살인의 충동까지 느끼게 되고 이런 자신에 놀란다. 심지어 층간소음으로 난생처음 공황장애를 경험했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작은 소리에도 놀라고 불면증을 앓기도 한다. 층간소음이 덜하다는 주상복합으로 이사를 했지만 여전히 층간소음에 시달리기도 하고, 복합 테라스형 아파트로 이사했더니 이번에는 아랫집 소음이 올라와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 단독주택으로 이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보안문제도 그렇고 교육문제, 각종 비용문제도 만만치 않아 쉽게 결정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필자의 경험을 통해 서로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상호 간 비난을 멈춰야 한다. 층간소음이 불거지면 아랫집은 먼저 윗집을, 이어 관리소장과 직원들을 비난한다. 이들이 올바른 중재를 해야 함에도 그 일을 제대로 못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층간소음 분쟁으로 인한 폭행과 살인이 최근 들어 관리직원이나 경비원에게 옮겨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윗집은 층간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아랫집을 ‘예민하다’ 는 등의 비난을 한다. 단언컨대 자기합리화를 위해 상대를 비난하는 것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확대될 뿐 사건의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둘째, 소음의 범위와 한계를 정하고 서로의 노력을 인정해야 한다. 층간소음의 한계를 정하는 것은 상호 층간소음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가령 어떤 시간대에는 이해하고 참을 수 있지만 어떤 시간대만은 소음이 들리지 않게 해달라는 구체적인 사항은 윗집에 메모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다.

셋째, 만족의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좋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폭행과 살인이 전국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이런 극단의 결론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서는 층간소음 해결에 대한 만족의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넷째, 서로 이해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아랫집과 윗집의 위치가 바뀌기 전까지 서로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층간소음은 역지사지가 중요하다.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서로가 극단적인 결과를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꼭 명심해야 한다.

상기에서 제시한 네 가지 중 한 가지만이라도 잘 지켜 실천한다면 아랫집과 윗집이 조금은 평화롭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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