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 차상곤

지난번 칼럼에서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입주민이 층간소음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그 입주민은 옆집 사람들과 자신을 정신병자 취급하는 행복지원센터 및 관리소 직원들을 죽여버리겠다고 말하기 시작해 심각성을 느낀 관리소장과 동대표, 행복지원센터 및 지구대 직원이 모여 회의를 한 바 있다. 이들은 그 입주민의 치료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필자의 접근방법은 단순하면서 간단했다. “저는 우선 그 세대를 방문해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입주민이 지난 6년 동안 겪은 아픔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며 함께 울어 주겠습니다. 누군가가 그 아픔을 헤아려 준다면 민원인이 말하는 불미스러운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자신의 마음과 고통을 알아주는 ‘내편’이 있다는 사실을 완전하게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강요하지 말고 귀를 열어보세요. 3개월만 실천에 옮기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단언컨대 그 입주민은 절대 미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마음이 풀린 후에 여러분들이 말하는 이사나 병원 치료를 말해도 늦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시작이 어떻든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층간소음의 골든타임은 6개월이라는 것이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층간소음으로 인해 겪게 되는 고통은 점점 커진다. 층간소음에 노출됐다고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소음유발자와 직접 만나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소음유발자와 만나는 방법은 메모와 인터폰을 이용하길 추천한다. 직접 메모나 인터폰으로 약속을 잡는 게 어렵다면 관리소장이나 층간소음관리위원회, 보안요원을 통해 만남 약속을 해도 된다.

만약 골든타임을 놓쳐 층간소음 피해가 1년이 넘었다면 층간소음 문제를 민원인이 직접 해결하고자 하는 단계로, 이로 인해 이웃 간 폭력, 살인 등이 발생할 수 있고, 법적 소송을 준비하기도 한다. 이 기간에 민원인은 소음유발자를 대면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환경부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나 현장 경험이 많은 전문가와 반드시 상담을 우선시하고, 접근방법을 그들의 의견에 따라 모색해야 한다.

현장에 나가 상담을 하다보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호칭을 듣게 된다. 전국 팔도에서 통용되는 욕이란 욕은 다 들어본 것 같다. 서로 간의 불신과 증오가 얼마나 심한지 느낄 수 있고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급한 마음에 민원인을 ‘정신병자’ 등으로 몰아붙이게 된다. 층간소음으로 인해 이웃 간 분쟁이 심해지면 고성과 욕설이 오가고, 폭행과 살인으로까지 확대된다. 소음충이나 예민충이라는 단어가 좋은 어감은 아니지만 이런 용어가 일반화된 현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게 바로 우리 국민이 층간소음을 대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층간소음관리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의무화했다. 층간소음관리위원회는 입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구성하는 단체이므로 입주민이 층간소음 문제에 적극 개입할 수 있다. 또한 위원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층간소음 저감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민원인에게 심적인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어 층간소음으로 인한 불화가 생길 확률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층간소음관리위원회의 활성화와 더불어 가해자는 조금이라도 조심하고 피해자는 조금이라도 억울함을 항변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층간소음 처벌법에 대해 국민적 관심과 논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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