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 차상곤

최근 정부는 층간소음을 줄이고자 하는 대책으로 층간소음 기준 미달 공동주택에 대한 준공 불허라는 강력한 처방을 내놨고, 시공사는 시공비 상승과 기술력의 한계 등을 내세우며 울상을 짓고, 소비자는 시공사가 정신을 차리게 됐다며 환호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앞에서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고 언급하며 그 이유를 몇 가지 설명했다. 필자는 이런 유사한 상황을 20년 전에 경험했다. 2002년 층간소음 문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던 시점 정부는 신규 아파트 건설 시 층간소음 기준을 만들어 준수토록 하는 법령을 만들기로 했다.

이때 필자는 “정부가 층간소음 예방을 위해 시공 기준을 만들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존 아파트의 층간소음 피해자에 대한 대책이다. 따라서 층간소음관리위원회와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민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정부는 현재와 같이 층간소음 저감 시공법과 기준 강화에만 집중했다.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 경량충격음의 기준은 58데시벨로 이미 확정했지만, 중량충격음을 50데시벨로 할지 아니면 더 강화된 48데시벨로 할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층간소음 발생원인 1, 2위가 아이들 뛰는 소리와 어른들 걷는 소리인데 이 모두가 중량충격음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필자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환경부에서는 48데시벨을 원했지만 시공사와 일부 전문가들은 “기준을 강화하면 분양가가 올라가 소비자에게 큰 부담이 될것이다”, “세계 어떤 나라도 층간소음 강제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층간소음 시공 기준을 만드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라는 등의 반대 의견을 냈다. 층간소음에 대한 정부와 시공사의 생각이 20년 전이나 현재나 유사하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층간소음 민원은 줄어들었을까?

현재 연평균 4만건 넘는 층간소음 민원이 아파트 관리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지자체 민원실에 접수되고 있다. 2003년 당시 중량충격음 기준을 필자가 주장한 48데시벨로 설정했다면 어땠을까? 50데시벨로 시공하는 것보다 분양가는 상승했겠지만 시공사는 그에 맞는 기술개발을 했을 것이고 소비자는 현재보다는 나은 층간소음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혈세가 층간소음 민원을 저감하는 데 소비되는 것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층간소음 사후확인제(2022년)를 통해 정부가 LH아파트를 대상으로 1등급(37데시벨) 수준으로 시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한국주택토지공사(LH)에 따르면 LH토지주택연구원은 최근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저감 방안에 따른 비용 분석’ 보고서(2023년)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에 담긴 ‘공동주택 거주자 대상 층간소음 관련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공동주택 거주자 1000명(설문조사기관 표본)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한 결과 88.1%는 층간소음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불편함 수준은 10점 만점에 5.6으로 나타났다. 일반 인식 측면에선 10년 전(3.2, 5점 척도)에 비해 현재(4.2 수준) 사회 전반에서 층간소음 민감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응답자들은 ‘층간소음 저감형 아파트’ 선택에 긍정적이며 현재 발생하는 층간소음을 평균 58.3%는 줄어야 층간소음 저감형 아파트로 인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 층간소음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아파트 시공 시 소음 차단 자재 사용’(39.5%), ‘아파트 공간 구성(설계) 변경’(34.5%)을 가장 주요한 해법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층간소음 저감형 아파트 분양에 따른 주택 구매 시 추가 금액을 부담할 의향이 없다는 답변은 13.7%에 그쳤다. 반면 절반 이상(53.8%)은 100만원 이상 낼 수 있다고 답했다. 실제 수요자들 입장에선 ‘돈을 더 내더라도 소음 피해를 줄이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간절한 상황을 정부와 시공사는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잠깐의 눈속임이 아니라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한 정책과 시공 기술이 지금이라도 공동주택의 시공 단계에 적용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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