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거학회 주거연구원장 윤영호
한국주거학회 주거연구원장 윤영호

2020년 노인복지실태 조사 결과, ‘건강이 유지된다’는 조건에서 ‘현재 집에서 계속 산다’의 비중이 83.8%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고령자에게 적합한 주택시설과 주거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의료시설에 인접한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경향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시설 이외의 선택지는 미흡하다. 우리나라 고령층은 자가 보유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가구원 수가 적고 거주하고 있는 주택 면적이 넓음에도 이주할 의향은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고령층들이 현재의 주거지 외에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령자를 위한 노인복지주택 정책의 변화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최초의 노인복지주택은 1988년 설립된 유료 양로시설인 ‘유당마을’이며, 1993년부터 민간기업과 개인에게도 임대형 노인복지주택 개발이 허용됐다. 1997년 8월을 기점으로 민간기업도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을 개발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도심형 노인복지주택 ‘서울 시니어스 타워’가 오픈했다. 2006년에는 노인복지주택 설치자금 융자 한도를 제한하는 규정을 개정했다. 2007년 노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노인주거복지시설이 양로시설, 노인복지주택, 노인공동생활가정 등 3가지로 규정돼 현재의 체계를 갖추게 됐다.

노인복지주택은 아파트 분양사업에 비해 완화된 시설설치 기준 적용, 건축부지 취득에 대한 조세감면 등 다양한 혜택이 있어 자연녹지지역이나 준공업지역 등지에도 공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익성 추구에 집중한 나머지 입지 조건이 열악한 지역에도 분양하기 시작했다. 또 대부분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거나 운영 및 관리에 대한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에 노인복지주택 및 노인주거복지시설은 2015년 7월 말부터 분양형을 폐지한 후 임대형으로 전환하게 된다. 이후부터는 적절한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복지주택은 임대료가 높아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고소득의 노인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이처럼 빈번한 정책변화로 다양한 고령 계층을 위한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다 보니 고령층의 주거 이동 의향은 낮을 수밖에 없고 주거 보유 의향은 매우 높은 실정이다.

최근에는 고령자 맞춤 설계기준 제시로 인지 건강 디자인을 적용한 고령자복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고령자복지주택은 주거와 서비스가 결합된 임대주택으로 주거취약계층과 무주택 고령자를 위한 주택으로 고령자 생활 관리를 위한 전담 인력 확보와 주거서비스 지원체계 보완이 요구된다. 따라서 지역 내 주거복지 관련 지역자원 및 서비스를 연계·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과 제도적 기반의 재정비가 절실하다.

또 고령자 복지주택의 입주대상자를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자로 제한을 두고 있어, 만 65세 이상의 입주대상자들이 건강 상태가 나빠졌을 때 살던 집과 지역사회에서 생활하지 못하고 퇴거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공급된 노인복지주택 및 고령자복지주택은 소득 구간 및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대상에 한정돼 중소득의 비교적 건강하거나 전(前)노쇠 단계의 노인이 이용할 수 있는 노인주택이 부족하다. 이에 고령자의 건강 및 개인 특성을 고려해 노인복지주택과 고령자복지주택의 입주대상자를 세분화하고 단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제는 고령자의 소득·자산·건강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이 개발돼야 한다. 그리고 공공이 공급하는 사회적 주택이나 공공의 지원을 받아 비영리단체가 공급 및 운영·관리하는 사회주택, 지자체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민간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 등 다양한 사례를 개발하고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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