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거학회 주거연구원장 윤영호
한국주거학회 주거연구원장 윤영호

통계청과 유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7%(고령화사회)에서 14%(고령사회)로 2배 증가하는데 18년,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화 사회가 되는데 26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프랑스 154년, 미국 94년, 독일 77년, 일본 38년과 비교했을 때 인류 역사상 유래가 없는 수준으로 빠르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고령 인구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고령자의 주거 특성을 반영한 주택공급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인프라 중심 고령자 주택 공급정책에서 벗어나 고령자에게 적합한 주거 공간과 고령자의 특성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생활, 건강, 복지 등 사회서비스를 접목한 지역사회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는 고령자 주거 성능 관련 정책으로 ‘오래 건강할 수 있는 주거, 자신답게 자립할 수 있는 주거, 요양기에도 살 수 있는 주거, 다음 세대에 계승할 수 있는 양질의 주거’ 등 고령기의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위한 주거 리노베이션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있다. 이때 오래 건강하게 거주한다는 것은 안전·안심하고 신체적·경제적 부담이 없도록 가사를 지원해 주는 편리한 거주를 의미하고, 자신답게 거주할 수 있도록 외출, 취미, 교류 등 풍부한 고령기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공간 확보를 뜻한다. 그리고 요양기가 돼도 살 수 있는 주거는 손잡이의 설치나 필요한 복지 용구의 사용 등 간단한 주거 성능 개선으로 계속 거주한다는 것이며, 다음 세대에 계승할 수 있는 양질의 주거라는 것은 장수명화에 대응하는 것으로 자녀나 손자에게도 살기 좋고 육아하기 좋은 주거환경을 만든다는 의미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고려사항 중 첫 번째는 창호 등 주택의 단열성을 높이고 냉난방 설비를 적절하게 설치해 거실과 비거실 사이에 온도 차 발생을 해소하는 ‘온열 환경’이다. 두 번째는 현관에서 보행로 접근할 때 편하고 안전하게 이동하고 외출이나 방문객이 내방하기 쉬운 공간으로 조성하는 ‘지역사회와의 소통 용이성’이다. 세 번째는 침실에서 화장실까지 쉬운 이동 및 접근과 더불어 화장실·탈의실·욕실의 온열·무장애 환경을 확보하는 ‘화장실·욕실 이용의 용이성’이다. 네 번째는 일상생활 공간을 같은 층에 정리하고 자주 사용하는 공간을 일체화해 넓게 사용하는 ‘일상 생활공간 합리화’다. 다섯 번째는 일상생활에서 가사·외출 시와 부엌·욕실 등 자주 이용하는 ‘동선의 무장애화’, 여섯 번째는 안전성이 높고 사용하기 쉽고 유지보수가 용이한 설비를 도입하거나 업데이트하는 ‘설비의 도입·개선’이다. 아울러 일곱 번째인 빛·소리·냄새·습도뿐만 아니라 햇빛, 채광·차음·통풍 등 적절한 수준의 ‘실내 환경 확보’고, 여덟 번째는 남는 방을 수납·취미·교류 등의 공간으로 이용하는 ‘잉여 공간의 활용’이다.

우리나라 초고령사회의 미래상을 그려본다면 해외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역사회에서 계속 거주하면서 주택에서 마을로’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가장 부합할 것이다. 초고령사회의 미래상에서 말하는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Community)’란 무엇인가? ‘지역사회 계속 거주’는 고령자만의 거주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물리적·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는 태어나고 성장하고 오랜 기간 생활해 온 지역과 주택에서 생활할 수 있는 주거환경의 구축이 필요한 것은 물론 노화로 인한 인지능력 저하 보완과 안심하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지역 내 서비스 제공을 전제로 한다. 이는 지역사회 기반 주거서비스가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제공되는 시스템, 즉 주거서비스 산업 생태계도 함께 조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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