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집합건물진흥원 김영두 이사장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집합건물진흥원 김영두 이사장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원래 하나의 건물에 대해서는 하나의 소유권만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하나의 건물을 나눠 여러 명이 소유할 수도 있는데, 그 나눠진 건물부분에 대한 소유권을 구분소유권이라고 하며,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건물부분을 전유부분이라고 한다. 여러 개의 구분소유권이 인정될 수 있는 건물을 집합건물이라고 한다.

구분소유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건물부분이 구조적으로 경계벽에 의해서 독립된 공간이 돼야 하며, 그 공간이 경제적으로 독립된 형태로 이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구조상이용상 독립성이라고 한다. 경계벽에 의해서 구조적으로 독립돼야 하더라도 반드시 사방이 벽으로 막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 면이 뚫려 있더라도 공간의 경계가 특정될 수 있다면 구조적으로 독립돼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구분소유권의 성립을 위한 구조적 독립성이 때로는 불편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상가의 1층에 다수의 소규모 매장이 있는 경우에 벽에 의해서 각 점포가 구분된다면 손님들이 물건을 보고 고르기에 불편하고 전체적으로 답답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언제나 구조상 독립성이 유지돼야 한다면 여러 전유부분을 하나의 전유부분 같이 사용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구조상 독립성이라는 요건을 완화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필요성을 고려해 2004년부터 집합건물법에 구분점포에 관한 규정이 신설됐다. 이 규정에 따라 상가의 경우에 경계벽에 의해서 공간이 구분되지 않더라도 바닥에 견고한 재질로 경계를 표시하고 동판 등으로 몇 호실인지 표시한다면 전유부분으로 인정될 수 있다. 구분점포의 도입뿐만 아니라 구조상 독립성에 대한 판례의 입장도 완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경계벽을 제거하면 해당 건물부분에 대한 구분소유권이 소멸한다고 봤다. 그런데 최근에는 경계벽의 제거가 일시적이고 다시 원상회복할 수 있다면 구분소유권이 소멸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더 나아가서 구분점포의 경우에도 바닥의 경계표지와 호실 표시가 제거되더라도 다시 원상회복이 가능하다면 구분소유권은 소멸하지 않는다고 한다.

구조상 독립성이 완화되는 현상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예전에는 설계도와 건물의 현황이 다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경계벽이 없다면 각 전유부분의 경계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지만 이제는 그런 현상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구조상 독립성을 강조하게 되면 건물의 효율적인 사용을 방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구조상 독립성의 완화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집합건물의 분양자가 한 층에서 식당을 운영하고자 한다고 가정해 보자. 분양자는 식당업을 하고자 하는 층의 전유부분을 분양한 후에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해당 층의 구분소유자와 식당업을 위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다. 즉 분양자가 임차인이 되는 것이다. 분양자는 수분양자인 구분소유자들의 동의를 얻어 경계벽을 제거한 후에 식당을 개업할 수 있다. 이렇게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분양자에게 여러모로 이익이 된다.

먼저 전유부분을 분양함으로써 분양자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분양한 전유부분을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임대하도록 분양계약의 내용을 정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유리한 조건에서 식당을 임차해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임대인인 구분소유자들이 여러 명이기 때문에 불이익이 발생하더라도 구분소유자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결국 분양자는 자신이 식당업을 하고자 하는 층을 쪼개서 분양하면서도 결국 해당 층을 하나의 전유부분처럼 임차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문제점이 있다고 해서 구조상 독립성의 요건을 다시 강화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구조상 독립성의 요건이 완화됨으로 인해서 이를 악용하는 현상에 대한 실태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실태파악을 통해서 구분소유자인 수분양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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