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집합건물진흥원 김영두 이사장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집합건물진흥원 김영두 이사장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집합건물은 구분소유자로 구성된 관리단집회에서 관리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를 결정한다. 그런데 관리단집회를 개최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구분소유자만이 의결권을 갖고 있으므로 구분소유자에게 집회소집 통지를 해야 하는데 구분소유자들의 주소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소집통지를 하더라도 관리에 무관심하거나 생업에 종사해야 한다는 이유로 많은 구분소유자들이 참석하지 않는다. 관리인이나 관리위원 선임의 안건에 있어서는 그나마 임차인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규약이나 공용부분의 변경에 있어서는 위임장 없이 임차인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 그리고 집합건물법은 결의성립에 있어서 사람의 수를 고려할 뿐만 아니라 구분소유자들이 갖고 있는 전유부분의 면적도 고려한다. 이같이 관리단집회의 결의를 성립시키는 것이 어렵다보니 관리단집회의 업무를 위탁하기 위해 수백에서 수천만원이 넘어가는 비용을 지출하기도 한다. 물론 집합건물법도 관리단집회의 결의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관리단집회에 갈음하는 서면결의도 인정하고 다양한 방식의 의결권 행사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서면결의를 위해서는 서면결의서를 우편 등의 방법으로 관리단에 제출해야 한다.

의결권은 대리인에 의해 행사할 수 있지만 위임장이 필요하다. 이런 번거로움을 피하면서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전자투표를 통한 의결권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집합건물법은 전자적 방법에 의해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전자서명이나 인증서를 통해 본인인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증서를 통한 본인확인은 확실한 본인확인 방법이지만 인증서를 발급받아야 하는 절차는 위임장이나 서면결의서의 제출만큼이나 번거로운 절차다.

때문에 실제로 인증서를 통한 전자투표는 거의 활용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인증서 대신에 휴대폰을 통해서 본인인증을 한 후에 전자투표를 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

2023년 9월 29일부터 집합건물법 시행령에 휴대폰 본인인증을 통한 전자투표를 허용하는 규정이 신설돼 시행됐다.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에는 전자투표 방식의 활용이 어려웠다. 집합건물법 시행령에 휴대폰 본인인증을 통한 전자투표가 가능하게 된 것은 앞으로 집합건물관리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입주민총회에 대한 규정이 없고 서면결의 방식이 어렵지 않은 공동주택보다 집합건물에서의 간편한 전자투표 프로그램 활용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시행령 개정 이전에도 전자투표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돼 활용되고 있었는데, 이제는 규약의 정함이 없더라도 휴대폰 인증을 통한 간편한 방식으로 전자투표 프로그램의 활용이 더 활발해 질 수 있어 전자투표를 활용한 규약의 제정이나 관리인 및 관리위원 선임이 더 손쉽게 됐다. 단, 간편한 방식의 전자투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경우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이 있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전유부분 면적을 고려하지 않고 입주민들이 전자투표를 하게 되는데 집합건물의 경우 입주민의 수뿐만 아니라 입주민들의 전유부분 면적을 고려해 결의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구분소유자가 여러 개의 전유부분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의결권이 하나이며, 각 전유부분에 의결권을 하나씩 배정하면 결의가 무효로 될 수도 있다. 또한 임차인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안건과 그렇지 않은 안건을 구분해서 전자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그 밖에 의결권 행사에 관련된 집합건물법의 내용이 잘 반영됐는지 확인하고 전자투표 프로그램을 활용해야 한다. 간편한 방식이라고 전자투표 프로그램을 활용했지만 결의가 무효가 되면 오히려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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