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집합건물진흥원 김영두 이사장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집합건물진흥원 김영두 이사장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0년 임대차 3법의 개정으로 인해 주택의 임차인은 한 차례 임대인에게 갱신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일정한 사유가 있다면 임대인은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사유 중에는 임대인 또는 직계존비속의 실거주가 포함돼 있다. 임대인의 실거주와 관련해 임대인으로부터 해당 주택을 매수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매수인도 자신의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됐다. 임대인이 자신은 거주할 의사가 없지만 실거주할 의사가 있는 매수인에게 해당 주택을 매도한다면 사실상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 발생한다. 가격이 상승하면 임대인은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차임이나 보증금을 임의로 인상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가 없다면 임대차 관계가 계속되기 때문에 임대인은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그로 인한 이익을 누릴 수 없다. 하지만 실거주하려는 매수인을 찾는다면 임대차를 통해서 부동산가격의 상승이라는 이익을 누릴 수 없지만 매매를 통해 이런 이익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결국 임차인은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고 훨씬 인상된 차임을 지급하고 새로운 임차주택을 구할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해 국토부에서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갱신요구를 한 경우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매수인은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의 해석에 대한 최종권한은 대법원에 있기 때문에 국토부의 해석을 최종적인 결론이라고 볼 수 없었다.

최근 대법원(2022. 12. 1. 선고 2021다266631)은 이 문제를 정리했다. 임차인 A는 임대차종료 6개월 전에 임대인 B에게 갱신을 요구했다. 그런데 그 시점에 B는 C와 임차주택에 대해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B는 임차주택의 매수인인 C가 실제로 거주할 계획이라는 이유로 A에게 갱신거절을 통지했다. 그리고 임대차기간 종료 2개월 전 C는 임차주택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했다. 대법원은 국토부의 해석과 달리 임대차기간 종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임대인으로부터 임차주택을 매수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매수인은 임차인의 갱신요구 이후에 임차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하더라도 자신이나 직계존비속의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봤다. 즉 A가 B에게 갱신요구를 했지만 임대차 종료 2개월 전에 임차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한 C도 자신이나 직계존비속의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보고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세 가지 이유로 이같이 판단했다.

첫째, 임대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안 되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익이 적절하게 조화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기간 동안 갱신거절 사유가 발생했다면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행사 여부와 상관없이 임대인은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실거주라는 갱신거절 사유도 마찬가지다. 셋째, 갱신거절을 할 수 있는 임대인은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받은 임대인으로 한정할 필요가 없으므로 그 후에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매수인도 갱신거절 사유가 발생하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국토부의 해석이 나오던 시점은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던 시기였고 현재의 야당이 임대차 3법을 주도적으로 입법했다. 그러나 현재는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는 중이고 임대차 3법을 반대했던 당시의 야당이 지금의 여당이 됐다. 만약 지금도 부동산가격이 상승 중이고 여야가 바뀌지 않았다면 과연 대법원의 결론이 지금과 같았을까.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따른다. 임차인의 주거권을 강하게 보호하는 흐름이 있었다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임대인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흐름도 생기게 된다. 작용과 반작용이 균형을 이뤄 우리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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