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집합건물진흥원 김영두 이사장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집합건물진흥원 김영두 이사장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부는 지난해 10월 23일 ‘관리비 사각지대 해소 및 투명화를 위한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관리비 공개를 비의무관리대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리비에 관한 국민들의 알권리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지만 이런 제도가 제대로 정착돼 실효성이 있기 위해서는 고려돼야 할 사항이 있다.

먼저 관리비를 공개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주체에 관한 문제가 있다. 법에 따른 의무관리대상의 경우 관리주체, 즉 관리사무소장이나 관리회사가 관리비 공개의무를 부담한다. 만약 관리주체가 관리비를 공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공개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100세대 이상인 비의무관리대상의 경우 집합건물 관리단의 관리인이 공개의무를 부담한다. 공개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관리인에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런데 비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에서 집합건물법에 따라 관리인이 선출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공동주택관리법을 참고해 동대표와 회장을 선출하고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해 아파트를 관리한다. 또 100세대 이상이면 대부분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해 아파트를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즉 100세대 이상이면 비의무관리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의무관리대상처럼 관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비 공개의무는 집합건물법에 따라 선출된 관리인이 부담한다. 그렇다면 관리인이 선임되지 않고 입대의 회장만 선출된 아파트의 경우 입대의 회장이 관리비 공개의무를 부담하는가? 이 문제는 입대의 회장이 관리인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정해진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비의무관리대상 입대의 회장이 집합건물법상 관리인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선뜻 답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관리비 공개의무와 K-apt에 공개해야 하는 의무의 적용범위가 확대되더라도 누가 이런 공개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불분명하게 된다. 관리회사나 관리소장이 입대의 회장의 지시를 받아서 관리비 내역을 공개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지, 그리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결국 입대의 회장에게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는지도 불분명하다. 이처럼 모든 것이 불분명한데 관리비 신고의무가 규정이 된다고 해 그 규정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2021년 2월부터 관리인으로 선임됐음에도 불구하고 신고하지 않으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런데 아직까지 관리인 선임신고가 되지 않은 집합건물이 대부분이다. 관리인 선임신고를 수리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확립돼 있지 않다. 특히 비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에서는 관리인이 선임돼야 하고 선임신고도 해야 하는데, 입대의 회장이 관리인으로 선임 신고한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입대의 회장이 관리인에 해당한다면 선임신고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과태료가 부과되고, 관리비에 대한 공개의무를 부담하며 그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역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입대의 회장은 입주민 중에서 선출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관리인으로 인정되는 순간에 여러 의무를 부담하고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관리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대의 회장을 집합건물법에 따른 관리인으로 보고 선임신고의무와 관리비 공개의무를 부과하기는 어렵다. 100세대 이하의 아파트의 경우 자치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으며 관리를 위한 조직도 부실한 경우가 많다. 이런 소규모 공동주택의 경우 관리비 공개의무를 부과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비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관리에 관한 근거법의 문제는 공동주택과 집합건물 영역에서 해묵은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관리비 공개의무가 확대된다고 하니 제도개선이 효과가 있을지 걱정스럽다. 당장의 문제 해결보다 기본적인 문제들에도 관심 가지길 바란다.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바람직한 제도개선안을 제시하더라도 효과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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