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집합건물진흥원 김영두 이사장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집합건물진흥원 김영두 이사장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아파트나 집합건물은 입주민들로 구성된 단체가 관리해야 하는데, 단체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대표자가 필요하다. 아파트에서는 이런 대표자를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라고 하며, 집합건물에서는 관리인이라고 한다. 건물의 관리를 위해서는 건축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안전에 관련된 여러 법령과 공동주택관리법 또는 집합건물법과 같은 단체법의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입주민이나 대표자는 건물의 관리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입주민들이 관리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이를 대표자가 집행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입주민단체는 건물의 관리를 제3자에게 위탁하거나, 전문가를 직접 채용하는데 전자를 위탁관리, 후자를 자치관리라 한다. 건물의 관리를 위한 실무자들을 총괄하는 사람을 관리사무소장이라고 부른다. 실무자들은 건물관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위탁이든 자치든 결국 건물관리에 관한 최종적인 책임자는 입대의 회장이나 관리인이다. 관리소장은 대표자가 건물을 제대로 관리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따라서 훌륭한 관리소장이라면 입대의 회장이나 관리인이 입주민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관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관리소장이 아파트나 집합건물의 관리를 좌지우지하면서 자신이 입주민들의 대표자인 것처럼 행세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입대의나 관리단이 관리소장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갑질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관리소장에 대한 갑질이 잘못된 것과 같이 관리소장이 아파트나 집합건물의 운명을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일은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에서는 드물다. 그러나 관리의 근거법이 집합건물법인 비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이나 주거용 오피스텔 또는 상업용 집합건물에서는 이러한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관리소장이 관리인을 마음대로 임명해도 되나요?”, “관리단집회를 소집하려니 관리소장이 동의해 주지 않는데 어떡하나요?”와 같은 법적으로 본다면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런 질문을 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입주민들의 무관심이다. 입주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건물의 관리와 관련해 어떤 부당한 일들이 발생해도 아무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게 되고, 결국 주인이 아닌 사람이 주인 행세를 하게 된다. 그러니 입주민들이 관리소장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오해하게 된다.

하지만 입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관리에 참여하려고 하더라도 입주민 스스로 집합건물법을 제대로 준수하면서 규약을 제정하고 관리인을 선출해 관리업무를 개시하기에는 엄청난 난관들이 놓여 있다. 관리단집회를 개최하기 위해 소집통지를 해야 하는데, 통지를 위해서는 구분소유자들의 주소지를 확보해야 한다. 주소지 열람을 위해 이를 대행하는 업체에 맡긴다면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데, 불확실한 돈을 지출하면서 관리단을 조직하려는 입주민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구분소유자들이 참석하지 않기 때문에 위임장을 받아 관리단집회 결의를 성립시킬 필요가 있는데, 위임장을 받는 과정도 험난하다. 어렵게 결의를 해도 무효가 되는 경우 다시 처음부터 관리단집회 소집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관리소장이 도와도 절차가 어려운데 오히려 훼방을 놓는다면 관리단을 조직하는 일은 정말 어렵게 된다.

결국 관리소장은 자신의 도움이 없으면 관리단이 제대로 조직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마치 자신이 건물의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게 된다. 입주민들의 이익에 맞게 건물이 관리되기 위해서는 입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관리에 참여하려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한편으로 건물을 관리하려는 입주민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제도가 제대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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