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타관              주택관리사·경제학 박사      미래주거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최타관              주택관리사·경제학 박사      미래주거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수지의 둑을 무너뜨리는 건 결국 작은 구멍에 불과하다”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는 종종 특징 있는 사람들이 간혹 나타난다. 여기서 필자는 편집성 성격장애에 대해 탐구해 보고자 한다. ‘다른 사람에 대해 강한 불신과 의심을 하고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인격성향’이라고 의학정보에서는 정의하고 있는데, 이 성격장애의 주요 특징은 먼저 타인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라 한다. 과도하게 민감하고 쉽게 감정이 상하고 ​자신의 두려움 또는 잘못된 생각을 입증할 수 있는 단서를 찾기 위해 ​주변 환경을 분주히 탐색하는 행동 특성을 보인다. 달리 생각한다면 자신의 두려움이 투사돼 타인에 대한 불신과 의심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도 있다. 편집성 성격장애가 생기는 원인으로는 ​어린 시절 부모 등 주요 타인들의 분노와 공격성, 비합리적인 태도를 목격하거나 경험하면서 타인에 대한 분노와 불신을 내재화하게 되면서 ​가학적인 양육환경 내에서 자신이 유일한 판단의 주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타인의 영향을 부인하고 불신하는 성향이 발달하게 된다고 한다.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민원이나 풀어갈 수 없는 문제가 바로 주관적 정의에 몰입돼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다. ‘나에게 좋은 것이 나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정의 내리는 주관적 정의로 똘똘 뭉친 사람들. 이들이 편집성 성격장애를 동시에 가진 사람들이라면 공동주택의 공동체 문화는 서서히 무너져 갈 수밖에 없다.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 이들과 마주쳐야 하는 관리자들은 굳이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단 한마디의 말만 들어봐도 금새 알 수 있는 사람들로 이들은 앞뒤가 없고, 미래가 없으며, 오직 자기 자신이 선이고, 옳음이다. 가령 아파트 주차장에서 이면 주차 차량이 이런 사람들에게 발견됐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은 금방이라도 주차장에 무슨 큰일이 날 것처럼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빨리 차량을 단속하고 다시는 그렇게 못하도록 하라고 호통친다. 막상 본인들이 용기를 내 해당자에게 다가가 말 한마디 못하면서 관리사무소가 이런 사람을 강력하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곧 자기 정의이고 주관적 정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 중 이면 주차로 인해 관리사무소로부터 통제를 당했다고 가정해 보자.

주차비 내면서 내가 분양받은 주차장을 내가 마음대로 쓰는데 관리소가 무슨 상관이냐고 생떼를 쓰는 사람들이 바로 다른 사람의 주차문제를 거론하는 부류의 주관적 정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경비원들이 어쩌다 한번 인사를 하지 않으면 이 경비원은 자르라고 한다. 아니 경비회사를 바꾸라고 한다. 그러니 이런 부류의 성격을 간파한 직원들은 그런 부류의 사람들 앞에서는 척만 한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한 단지에서 1%만 돼도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갈피를 잡기 어렵다. 법과 사회정의에 의해 정해진 절차를 이행하려고 치면 당신들은 법밖에 아는 게 없느냐고 핀잔을 한다. 과도하게 민감하고 쉽게 감정이 상하고 ​자신의 두려움 또는 잘못된 생각을 입증할 수 있는 단서를 찾기 위해 ​주변 환경을 분주히 탐색하는 행동 특성을 가진 편집성 성격장애자들이 현대사회에서는 점점 더 늘어만 가는 것 같다. 이로 인해 공동주택에서 관리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막상 실질적인 피해를 보는 것은 다수의 점잖고 말 없는 입주민들이다. 제발 주관적 정의를 내세우지 말고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정의가 실현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공동주택의 관리문화가 입주민의 쾌적한 주거문화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돕는 현명한 동행자가 많아지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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