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타관              주택관리사·경제학 박사      미래주거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최타관              주택관리사·경제학 박사      미래주거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얼마 전 충북의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입주민이 쏜 가스총에 맞은 관리직원이 2주간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사건의 이유는 간단했다. ‘표정이 예의가 없다, 태도가 맘에 안 든다’ 였다.

이번 사건의 발단을 보면 관리와는 무관한 도장공사 업체의 도장공들이 자신을 노려본다고 느낀 입주민이 그 화풀이를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행사했다는 사실이다. 오늘은 이 사건을 빌어 부당함과 정당함 사이를 분석해 보기로 하자. 우선 이 사건을 통해 관리사무소 근로자들은 여전히 3D 직종 중에서도 하위 직군에 속한다는 사실이 여실히 방증된다.

우리는 누구나 민원을 제기하는 측에 서거나, 민원을 제기받는 측에서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나 주장하는 측이 어느 측이냐에 따라 부당함과 정당함이 다르게 해석돼지기 마련이다.

일단 갑질이라는 단어를 사회적으로 없애보자고 주장하는 시도들이 사회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지만 이는 앞으로도 영원한 숙제임에 틀림이 없다. 관리현장의 근로자들이 느끼는 부당함은 말 그대로 입주민들이 누리는 정당함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의 정당함이란 ‘내가 낸 관리비로 직원들이 월급을 받는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편협한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정당성의 사전적 의미를 검색해 보니 ‘사리에 맞아 옳고 정의로운 성질’이라 한다. 이를 풀이해 보면 어떤 사실이든지 사리에 맞아야 하는 것이 1차적인 준거가 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옳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전적으로는 ‘격식에 맞아 탓하거나 흠잡을 데가 없다.’ 혹은 영어로는 ‘right, correct’로 ‘틀리지 않다’로 검색되고 있다. 또 정의로운 성질이라 함은 ‘개인 간의 올바른 도리 또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를 갖춘 사람이 지닌 마음의 본바탕’이라 한다. 이를 충족할만한 인성을 두루 갖춘 입주민들은 관리사무소를 지적질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일부 입주민들이 주장하는 관리사무소의 서비스 혹은 말과 행동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그 부당함은 도대체 무엇인가. 검색을 해보니 ‘이치에 맞지 않는 성질’이라고 풀이돼 있다. 영어로는 ‘injustice’로 ‘옳지 않음’으로 해석하고 있다. 관리사무소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정당함과 부당함의 사이에는 관점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우선 공동주택에서 흔하게 표현하는 ‘갑’, ‘을’ 관계 안에서 쌍방 간의 사이를 분석해 보자면 ‘갑’이라 생각하는 입주민의 입장에서 볼 때는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태도가 부당한 것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렇게 느끼는 입주민의 정당함은 설명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당함과 부당함의 차이는 바라보는 위치의 차이에 있기 때문이다. 입주민도 어딘가에서는 ‘을’이 될 수 있기에 ‘갑’으로만 직원들을 상대하려는 마음은 사회적으로 정당하지 못한 자세라고 본다. 그러나 진정한 정당함을 보유한 입주민의 경우 ‘갑’의 위치가 아닌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옳음의 사고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말과 행동이 자신과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물론 필자도 공동주택 근로자의 인성이나 정당함이 모두 옳다고 주장하기에는 역부족임을 자인한다. 관리사무소 입장에서 입주민들을 향한 서비스가 정당함을 인정받지 못하는 빙산 속에 갇힐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관리자는 그 빙산을 깨고 나와야 하는 노력을 부지런히 시도해야 한다. 정당함과 부당함 사이에서 누군가를 탓하기에 앞서 먼저 내가 정당하기 위해서는 내가 부당하지 않는지를 더듬어봐야 할 것이다. 만일 서두에서 꺼낸 이야기를 거꾸로 구성해 직원이 입주민의 태도가 건방지다며 가스총을 분사했다면 사회의 여론은 어찌 흘러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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