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타관              주택관리사·경제학 박사      미래주거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최타관              주택관리사·경제학 박사      미래주거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어느 초보 관리사무소장이 겪었던 일화를 소개하려 한다. 7월의 첫 번째 수요일, 또 한번 여직원의 눈물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경험이 적은 소장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더욱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던 하루였다.

지상 동 현관 입구 근처 주차면이 아닌 보도 겸 차로에 주차해 놓은 어느 입주민의 차에 불법주차 금지용 스티커가 부착됐다고 주장하는 민원인이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와 여직원에게 당장 그 스티커를 떼라는 것이었다. 내가 낸 관리비로 급여를 받는 것(?)들이 누구 맘대로 집주인의 차에 스티커를 붙이느냐는 것이다. 온갖 모독성 발언을 다 듣고 전화를 끊은 후에 여직원은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민원인의 논리라면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공무원들은 어떤 인격 모독을 당해도 하소연 하면 안되는 것이다. 아파트는 공동주택이다. 한 건물 안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공동체 거주형태다. 승강기를 함께 타야 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정해진 날에 배출해야 한다.

출입 카드나 비밀번호 없이는 현관문을 통과할 수 없고 세관 청소를 위해 난방이 중단되면 사회적으로 아무리 고위직 혹은 갑부라도 공급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누구든 먼저 들어오는 차량이 자신이 살고 있는 동의 현관 가까운 쪽에 주차하게 되고 나중 들어오는 차량은 구석지고 먼 쪽에 주차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럼에도 늦은 밤 당직실에 전화를 걸어 외부 차량이 불법 주차를 해 자신이 주차할 곳이 없으니 당장 외부차를 색출하라는 것은 참 당황스럽다. 경비원이 분리수거를 돕기 위해 차단기를 올려놓고 현장에 나가 있으면 외부차량 출입을 방치한다고 경비원을 해고하라고 한다. 한편에서는 경비원이 재활용 분리수거를 안 한다고 해고를 지시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경비원이 초소를 안 지킨다고 해고하란다.

지하 계단 밑에 소변을 보는 사람은 입주민인데 미화원이 청소를 잘못해서 냄새가 난다고 미화원을 해고하라는 입주민도 있다. 공용화장실 변기에 각종 쓰레기를 쑤셔 넣어 막히게 하고도 이는 시설직원의 잘못이므로 직원을 해고하라고 한다. 흡연을 하고 꽁초를 아무 곳에나 버리는 사람은 분명 입주민인데 해고 대상자는 미화원이다.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 받는 것은 관리소장 탓이라 한다. 서로 모든 해결을 소장에게 미루고 쌍방 해결이 안 되면 관리회사계약을 해지하라고 큰소리 친다.

무더운 여름날 계단에 주저앉아 뻘뻘 땀을 흘리며 바닥을 닦고 또 닦아도 누구 하나 물 한잔 건네지 않는다.

자기 집 방문 차량에 응대가 늦어지면 입주민 단톡방에 경비원이 방문 손님에게 너무 빡빡하게 군다며 경비회사를 바꿔야 한다고 큰소리를 치는 등 다양한 민원인이 있다.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공동주택 입주민의 약 10%는 무소불위, 최고의 권위자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무시하며 하찮은 존재로 대한다. 예전보다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지만 여전히 갑과 을은 존재한다.

아파트에 일해보니 입주민의 권세가 이런지 정말 몰랐다. 물론 일부 몇몇에 의해 그렇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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