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타관              주택관리사·경제학 박사      미래주거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최타관              주택관리사·경제학 박사      미래주거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공동주택에 설치된 각종 시설물들이 시간이 갈수록 전자화, 스마트화되고 있는 현실을 관리자들은 받아들여야만 한다. 사실상 지금까지 유지해 온 공동주택 시설물의 관리는 대부분 오프라인상에서 서비스가 이뤄지곤 했지만, 이미 공동주택에도 IB(Intelligent Building)시스템이 도입된 지 십수 년이 경과하고 있으며 발전 속도는 가속화되고 있다. 심지어 무선으로 원거리 점검들이 가능하고, 컴퓨터를 통한 각종 점검뿐만 아니라 조치까지도 원격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장의 수많은 어려움 중에 한가지, 관리자들의 속을 끓이게 하는 문제는 유지관리보수 계약 없이 이뤄지는 단타성 서비스요청에 대한 설비회사의 고객 응대 문제다. 설치할 당시에는 사업주체와 도급관계에 있기 때문에 많은 서비스 제공 등이 약속돼 있었을지 몰라도 일단 공동주택의 관리주체가 자리 잡고 관리가 시작된 이후에는 ‘갑’과 ‘을’ 관계가 역전되기 마련이다. 입주민들의 불편 민원이 제기되면 관리직원들은 자체해결이 가능한 것을 제외하고는 당연히 설비회사에 서비스를 요구하게 된다. 공동주택 관리의 모든 기술을 겸비한 전문기술자가 존재한다 해도 저임금의 관리사무소에 근무하지는 않을 터, 스마트화된 시설의 유지관리를 위해서는 설비회사와 유지관리 계약을 통해 지속적이고 신속한 서비스를 받아내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사정상 그렇지 못한 단지들도 많을 것이다.

설비회사의 경우 일반 고객의 서비스 요청에 응하면 당연히 출장비와 기술비용을 지불하기 마련인데 거꾸로 ‘갑’이 된 설비회사 직원들은 전화를 아예 받지 않거나 간혹 통화가 돼도 당연스럽게 갑질을 한다. 욕이나 싫은 소리를 듣는 것은 관리사무소 직원들뿐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민법에 의한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서비스 제공과 가격의 지불에 대해서는 쌍방 간 약정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 원리원칙이지만, 사업주체가 설비시공을 하청한 설비회사의 고객이 사업주체에서 입주민으로 변경됐다고 갑질하는 서비스가 어찌 고객을 대하는 진정한 서비스 정신이란 말인가. 결국 유지관리계약을 통해 고정수입을 올리겠다는 기업의 이윤추구 정책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구하는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갑질을 당해야 하는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도대체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할까. 직원들은 관리비 절감을 목표로 스스로 보수·교체하면서 유지관리비용을 절감하려 하지만, 일부 입주민들은 아랑곳없이 직원들만 쪼아대는 형국이니 정말 기술 좋은 관리자들이 공동주택 관리현장에 진입도 망설이지만 오래 머물려고도 하지 않는 일종의 공황상태가 증폭되고 있는 것이 공동주택 관리현장의 서글픈 현실이다.

관리비용과 서비스질 간에는 당연히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관리자의 입장에서 관리비용이 증가할수록 서비스의 질은 높아지는 것이 당연한 일,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원활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전문설비업체에 유지관리서비스를 정기적으로 맡기는 것이 오히려 입주민의 재산을 장기적 관점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할 뿐만 아니라 비용적인 차원에서도 절감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공동주택 입주민들이 알았으면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관리비용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공동주택 전문 설비업자들의 갑질도 문제지만 무조건적인 관리비 절감을 소리쳐 부르는 입주민들의 사고방식도 이제는 좀 변해야 하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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