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타관              주택관리사·경제학 박사      미래주거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최타관              주택관리사·경제학 박사      미래주거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삼국지는 동아시아의 초대형 문화 미디어믹스라 할 수 있는 누구나 한 번쯤은 통독했을 법한 세기의 베스트셀러이자 대륙의 전쟁사를 다룬 대작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 중 하나인 두 주인공, 흔하게 알려진 조조와 유비는 늘 비교되는 인물 중의 하나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얻게 된 배경과 삼고초려 후에 제갈공명을 책사로 얻게 된 유비의 명언은 늘 그의 인간 됨됨이를 추억하게 만든다.

“물고기가 바다를 얻은 것과 같구나!” 유비는 제갈공명의 마음을 얻게 되자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물론 물고기는 유비 자신을 뜻하고 바다는 제갈공명을 뜻하는 것으로, 자신보다 스무살이나 어린 제갈공명을 바다라 칭한 것은 한나라의 군주로서 유비의 그릇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그러나 군사적 능력면에서는 명백하게 조조가 한수위라 표현할 수 있다. 조조는 손자병법에 주석을 달아 판본인 ‘위무주손자’를 완성한 전설적인 전략가 중 한사람이다. 전쟁에 관해서는 당대에 적수가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는 역사가들의 평이다. 행정면에서도 뛰어나 둔전제, 호조법, 구현령, 원호법 등을 실시하기도 했다. 유비는 정치적인 면에서 정략적인 측면이 당연 조조보다 우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적군에 쫓기면서도 백성들과 함께하는 인의의 대표로 볼 수 있는 유비이기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성 하나쯤 거뜬히 도살하던 조조와는 선과 악의 대명사로 비교되곤 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 본 입주민들의 관리자를 향한 민원 형태를 분류해 보면, 한편으로는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조조의 역할을 원하는 입주민과 다른 한편으로는 함께 할 수 있는 유비의 인의를 원하는 입주민들로 나뉜다. 그러나 대부분의 민원에는 조조와 유비를 모두 갖춘 관리자를 원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관리자는 무엇이든 만능이 돼야 한다. 행정, 회계, 기술, 대관업무, 하자처리 등 등을 포함해 세대 내 컴퓨터, 전기, 하수도, 세탁기, 냉장고, 자전거도 고칠 줄 알아야 하고, 심지어는 주방의 칼이 무뎌져도 갈아줘야 하는 그야말로 만능 중에 만능이 돼야 비로소 인정받게 된다.

조조의 페어플레이 정신이나, 완벽만을 바란다면 또 어찌 해보려는 마음을 먹을 수도 있을 것이지만, 유비의 인의마저 원하는 입주민들의 요구사항은 아버지뻘 또는 삼촌뻘 되는 관리자에게까지도 야!, 자! 타임이다. 잘잘못의 경중을 판단하지 않는다. 언제나 입주민은 조조이고 관리자는 유비가 돼야 한다. 관리자는 조조도, 유비도 아니다. 단지 법령과 제도에 의해 공동주택 공용부분의 관리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해나가야 하는 직장인일 뿐이다.

조금 부족한 사람도 있고, 넉넉한 사람도 있을 뿐이다. 인생 이모작이라 불리는 자격증을 취득해 주택관리 전선에 뛰어든 직업인으로서 인생 1막에서 얻어진 경험치를 토대로 경험치 외의 것들은 배우고 익혀가면서 입주민의 재산인 공동주택 중 공용부분을 관리하게 되는 주택관리사이며, 경비, 청소, 전기·소방안전관리자다. 조조에게 유비의 인의가, 유비에게 조조의 카리스마가 있었다면 과연 삼국지의 방향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관리자가 마음에 안 든다고 위탁사를 바꾸고, 관리 형태를 바꾸고, 관리주체에 위력을 행사하는 방법만이 입주민의 마음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친절만이 우리 모두가 갖춰야 할 덕목 중 우성인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리자와 입주민이 함께 생각해 봐야 할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를 의미하는 미국의 격언을 소개한다. “당신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사람은 당신이 친절을 베푼 사람보다 다시 당신에게 친절을 베풀 가능성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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