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판결은 만약 구분소유자에게 임차인의 미납 전기·수도세 등 책임을 부담시키는 내용의 관리규약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구분소유자와 임차인 중 누가 미납 전기·수도세 등을 부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이다. 대부분의 관리단이나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구분소유자가 부동산을 타인에게 전세로 제공하거나 임대한 경우, 전세권자나 임차권자가 해당 관리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해당 부동산 소유자인 구분소유권자가 이를 연대해 부담하도록 하는 규약이나 규정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에 근거해 관리단 또는 입대의는 전세권자나 상가임차인이 관리비 등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구분소유권자에게 연대 책임을 묻는 소를 제기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관리단이나 입대의가 승소를 한다. 그러나 본 사안에서는 이와 같은 규약이 존재하지 않았는바 이 경우 누가 미납 요금을 부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상판결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1) 서울 종로구 A빌딩(이 사건 건물)은 지하 2층, 지상 8층 규모의 집합건물로 지하 2층은 공용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위 건물 중 지하 1층, 지상 1~4층 점포 또는 사무실의 일부 구분소유자들은 주식회사 E(이하 E)를 설립하고 스스로 주주가 됐다. 피고 C는 이 사건 건물 중 지상 5~7층의 각 구분건물(이하 피고 구분건물)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피고 D는 그중 2분의 1지분에 관한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리고 피고 C의 처 F는 피고 구분건물 중 6층을 제외한 나머지 5층, 7층의 피고 C 지분(각 2분의 1)에 관해 F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2) 피고 C는 1989. 5. 29. 우선 E에게 1989. 12. 31.까지 피고 구분건물의 관리를 위임했으나 이후 이 사건 건물의 통합관리에 대한 합의가 결렬되자 1990. 1.경부터 G을 설립해 피고 구분건물을 직접 관리하게 됐다. E도 이 사건 건물의 지하 1층, 지상 1~4층(이하 원고 구분건물)과 지상 8층 기계실을 비롯한 공용시설물 부분만을 관리함에 따라 관리비 정산문제가 대두했다.

(3) 이에 쌍방은 전기요금은 원·피고 구분건물의 사용량에 따라, 수도요금은 피고 C가 40%(이후 50%로 변경)를, 공용부분의 전기요금과 관리비, 주차장 수익은 구분건물 면적비율로 분담하는 방법으로 정산해 왔다.

(4) 피고 C는 1999년경 E가 정산 통보하는 전기요금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피고 구분건물 부분에 분전시설 설치공사를 했으나 E의 반대로 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피고 C는 E를 상대로 이 사건 건물 관리권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해 2003. 2. 11. 항소심에서 승소했고, E가 상고했으나 2005. 9. 9. 상고기각으로 확정됐다.

(5) 피고 C는 위 판결이 확정되자 E가 송부한 2005. 9월분 관리비 정산서의 전기요금 등에 이의를 제기, 반송하면서 더는 관리비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고, E도 이후 관리비 정산서를 교부하지 않았다.

(6) H 등 원고 구분건물 소유자 중 일부는 2005. 11. 17. 위 구분건물의 관리·보전 등 목적의 관리단 설립총회를 개최해 원고 관리단을 구성하고, 관리인 선임(H), 관리위원회 구성, 관리규약 의결을 마쳤다. H는 원고 관리단 명칭인 ‘A상가 매장관리단’을 상호로 한 개인사업자등록을 했고, 원고 관리단은 2005. 12. 31.경 E의 관리업무를 이관받아 2006. 1. 1.경부터 2007. 6. 31.경까지 원고 구분건물에 대한 관리행위를 하게 됐다.

(7) 원고 관리단은 2007. 3. 23. H를 대표로 한 원고 회사를 설립했고, 원고 회사는 원고 관리단의 관리업무를 이관받아 2007. 7. 1.경부터 원고 구분건물에 대한 관리행위를 하게 됐다. 원고 관리단 및 원고 회사는 원고 구분건물을 관리하면서 피고 구분건물을 포함한 이 사건 건물에 관해 해당 관리 기간에 부과된 전기·수도요금을 모두 납부했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의 재판부는 ‘대납 요금이 사무관리비용 또는 부당이득 반환의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원고 관리단으로서는 전기·수도요금에 관한 약정이 없는 피고들에게 단지 소유자라는 이유만으로 반환을 구할 수는 없고 실제 전기·수도를 사용한 자, 즉 실제 입주자들인 임차인들에게 구해야 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원고 관리단의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즉 대상판결의 재판부는 임차인이 사용했던 전기·수도료를 구분소유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관리규약 또는 구분소유자 간 합의가 존재하지 않은 이상 임차인이 사용한 전기·수도료를 구분소유자에게 청구할 수 없다고 봤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가단19756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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