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석 교수와 함께 하는 역사와 현대 건축의 만남]

구석기시대와 현재를 잇는 수업의 장인 국립 알타미라 뮤지엄
구석기시대와 현재를 잇는 수업의 장인 국립 알타미라 뮤지엄

선사시대 예술의 꽃밭

19세기까지 고인류학자들은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그림을 그릴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진화론에 빠져 선사시대 사람들을 원숭이보다 약간 더 진화한 상태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시간의 길이를 몰랐던 어린 시절에 미술이나 역사 교과서에서 처음 봤던 들소 등 형형색색의 동물 그림으로 인상 깊었던 알타미라 동굴은 기원전 3만5000년에서 기원전 1만1000년에 이르는 구석기시대 벽화와 천장화로 장식돼 있다. 이 동굴은 1868년 사냥 중 사냥개가 우연히 들어서면서 발견돼 1985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알타미라 동굴의 벽과 천장에 그려진 여러 동물 그림
알타미라 동굴의 벽과 천장에 그려진 여러 동물 그림

이 동굴의 천장이 동물 그림들로 덮여 있다는 사실은 바닥을 주로 뒤졌던 조사가 시작된 지 4년 후인 1879년에 당시 아홉 살이었던 동굴 소유자의 딸이 캄캄한 어둠 속에서 불빛을 천장에 비춰 봤을 때 알게 됐다. 1년 전에 파리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 전시된 구석기시대 유물들에 새겨진 비슷한 이미지들을 봤던 동굴 주인은 이 그림들이 석기시대 작품임을 간파했다. 프랑스 동굴벽화 전문가들은 선사시대 인류에게 추상적 사고를 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동안 이 그림들의 선사시대 기원을 부정했지만, 이후 인근 동굴들에서 선사시대의 그림들이 잇달아 발견돼 알타미라 동굴 그림이 그려진 시기를 확정해줬다.

알타리마 동굴의 들소 그림
알타리마 동굴의 들소 그림

해발 156m인 산중턱에 위치한 알타미라 동굴의 길이는 약 1000m로 일련의 뒤틀린 통로와 방들로 이뤄져 있다. 주요 통로의 높이는 2m에서 6m까지 다양하다. 동굴 바닥에서 유럽의 후대 구석기를 지칭하는 솔류트레 문화와 막달레나 문화의 풍부한 유물들이 발견됐다. 그곳은 주변 산의 계곡에서 풀을 뜯는 많은 야생 동물과 인근 해안 지역에서 이용 가능한 해양 생물을 얻는 데 유리한 장소였다. 그림은 동굴 전체에 그려져 있지만 인간은 동굴 입구 가까이에만 거주했다. 예술가들은 숯과 황토, 적철석, 역청 등으로 그렸는데, 종종 색소를 희석해 채도의 변화와 명암의 대비를 만들어냈다. 그들은 또한 동굴 바위의 튀어나온 부분을 이용해 그림에 입체적인 효과를 주기도 했다. 막달레나 시기에 그려진 이런 동물 그림들 외에 추상적인 형태도 그려져 있다. 솔류트레 시기의 그림에는 말과 염소 그림과 함께 예술가들이 동굴 벽에 손을 얹고 그 위에 색소를 불어 남긴 네거티브 이미지도 있다.

동굴 보호와 완벽한 재현

국립 알타미라 뮤지엄의 네오케이브 전시공간에 재현된 천장화
국립 알타미라 뮤지엄의 네오케이브 전시공간에 재현된 천장화

알타미라 동굴이 개방되고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방문객들의 호흡이 내뱉은 이산화탄소와 수증기, 몸의 열기가 벽화와 천장화를 훼손했다. 알타미라 동굴은 1977년에 대중에게 완전히 폐쇄됐다가 1982년에 제한된 인원의 방문을 다시 허락했다. 하루에 출입할 수 있는 방문객이 극히 적어 대기자 명단은 3년치까지 길어졌다. 2002년 일부 그림에서 녹색 곰팡이가 나타나기 시작해 다시 일반인의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2014년 2월부터는 알타미라 뮤지엄 방문객들 중 매주 다섯 명을 임의로 선택해 특수한 옷을 입고 37분간 진행하는 투어가 실시 중이다.

국립 알타미라 뮤지엄의 디오라마
국립 알타미라 뮤지엄의 디오라마

6년간의 공사 후 2001년에 알타미라 동굴을 보존하고 연구하고 정보를 나눌 목적으로 국립 알타미라 뮤지엄이 준공됐다. 원본 동굴을 3차원 스캐너와 레이저로 복사해 만든 인공 동굴은 0.1㎜의 오차도 없다. 벽화와 천장화 재현에는 원본과 같은 색소가 사용됐다. 비록 복제품이지만 방문객들은 동굴 본관의 다색채 그림을 보다 편안하게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굴에서는 보기 힘든 작은 작품들도 자세히 볼 수 있게 됐다.

경사지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국립 알타미라 뮤지엄
경사지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국립 알타미라 뮤지엄

친환경적 생태건축이 된 뮤지엄

동굴 입구에서 200m 떨어져 세워진 국립 알타미라 뮤지엄은 기존의 경사 지형을 이용해 가능한 한 자신이 부각되지 않도록 계획됐다. 경사지 기울기를 따른 계단식 지붕에는 잔디가 심겼다. 지형에 순응하면서 외벽을 자연색과 황토색의 미장으로 마감해 주변 환경에 녹아들었다. 최신 기술로 모사된 구석기시대 그림들과 동굴 분위기, 심지어 습도까지 재현된 이 뮤지엄의 알타미라 동굴을 향한 겸양은 이곳이 외부로의 조망이 필요 없는 동굴 안을 보여주는 뮤지엄이어서 더 큰 타당성을 얻었다. 그곳에 알타미라 동굴이 있음을 알고 먼 길을 찾아온 방문객들을 맞이하면 되기에 호객을 위해 신축 뮤지엄을 눈에 잘 띄게 하려는 유난스러운 몸짓이 필요 없기도 했다.

국립 알타미라 뮤지엄의 네오케이브 전시공간
국립 알타미라 뮤지엄의 네오케이브 전시공간
국립 알타미라 뮤지엄의 네오케이브 전시공간으로 가는 접근로
국립 알타미라 뮤지엄의 네오케이브 전시공간으로 가는 접근로

뮤지엄이 세워진 지역은 1~2월 최저기온 평균이 5°C, 7~8월 최고기온 평균이 23°C로 비교적 연중 온도차가 작아 외부 기온이 내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은 곳이다. 그럼에도 반지하화 하고 옥상에 식재도 했다. 덕분에 방문객의 생생한 실감을 위해 계속 유지해야 할 동굴 온도와 습도에 대한 외부 날씨의 영향을 최소화됐다. 자신을 낮춤으로써 주인공인 동굴에 대한 배려와 유지관리 측면에서의 저비용 항상성을 동시에 달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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