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건물법 제23조 이하에서 규정하고 있는 관리인은 관리단을 대표하지만, 관리위원회가 구성됐다면 관리인은 관리위원회의 의결 사항에 관한 집행기관으로서의 기능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명시적으로 관리인이라는 지위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누가 관리단을 대표하게 될까? 오늘은 이와 관련한 판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대상판결의 사실관계를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A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는 A, B, C, D동의 공동주택동과 상가 오피스텔동의 총 5개동으로 구성된 821세대의 주상복합아파트로, 2003. 10. 13. 사용승인을 받았다.

2) 피고 입주자대표회의는 주택법에 따라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 등을 위해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들이 선출한 동별대표자들로 구성된 입대의로서 2003. 11.경부터 피고 회사에 이 사건 아파트 관리를 위탁해 왔다.

3) 한편 원고는 집합건물법에 따라 이 사건 아파트 C동 138세대의 일부공용부분 관리를 위하여 C동 구분소유자들로 구성된 관리단이다.

4) 피고 회사와의 기존 관리위탁 계약기간이 2014. 3. 31.자로 만료됨에 따라, 피고 입대의는 2014. 2. 25. 정기회의를 개최해 피고 회사와 이 사건 아파트 관리 위탁을 재계약하는 안을 제시하기로 결의하고, 2014. 3. 11. 임시회의를 개최해 피고 회사와 이 사건 아파트 관리 위탁을 재계약하기로 결의했다(이하 이 사건 결의).

5) 피고 입대의는 이 사건 결의에 따라 2014. 4. 21. 피고 회사와 사이에 2014. 4. 1.부터 2016. 3. 31.까지 이 사건 아파트 관리를 위탁하기로 하는 내용의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했다(이하 이 사건 위·수탁관리계약).

6) 이에 대해 원고는 이 사건 결의는 적법한 사전의견 청취절차 및 소집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의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이고, 피고 회사는 그와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결의 및 이에 기한 이 사건 위·수탁관리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로써 피고에 대하여 입주자대표회의 결의무효확인을 구했다.

7) 반면 이에 대해 피고들은 ①D는 집합건물법상 관리단인 원고의 대표자인 관리인이 아니라 원고 운영위원회의 회장에 불과하고 ②가사 원고 운영위원회의 회장이 집합건물법상 관리인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D은 운영위원회 결의에 의하여 회장으로 선출되었을 뿐 관리단집회의 결의를 거친 바 없으며 ③ 2015. 4. 29. 자 관리단집회에서 D을 운영위원으로 선임하기로 한 결의는 서면에 의한 것인데 서면결의 시 요구되는 집합건물법 제41조 제1항 소정의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으므로 D는 의 적법한 대표자로 선출된 바 없고, 따라서 이 사건 소는 대표권 없는 D에 의해 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집합건물법은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가 10인 이상일 때에는 관리단집회의 결의로 관리인을 선임하도록 하고 있고(제24조 제1항), 동법 소정의 관리인은 관리단을 대표하고 집합건물의 관리 및 사용에 관한 사무를 집행하는 자라고 할 것인데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인정되는 사정 즉, 원고의 관리규약은 운영위원회를 둬 구분소유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관리단집회의 의결사항을 사전 조율하고 그에 관한 사무를 집행하도록 하고 있고(제10조), 운영위원회는 관리단집회의 결의로 선출된 운영위원 16명 이내로 구성하되 회장 1명, 부회장 3명 이내, 총무 2명 이내, 운영위원 10명 이내의 임원을 두도록 정하고 있는 점(제7조, 제8조 제1항), 이에 따라 원고는 운영위원들을 선출하여 운영위원회를 구성했고, 원고의 운영위원들은 내부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원고를 대표해 원고 명의로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결의 및 이 사건 위·수탁관리계약의 효력 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으로 일부 공용부분 관리업무에 관한 의사를 결정하고 그에 관한 사무를 집행해 온 점, 집합건물법상의 관리인은 관리단을 대표하고 그 사무를 집행하는 자로서 적어도 당사자 능력을 가지고 있음이 전제돼야 할 것인데 원고 운영위원회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내부기관에 불과해 당사자 능력이 없는 점, 원고의 관리규약은 임원의 선출방법에 관해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원고는 운영위원회의 결의로 회장을 선출해 왔는데, 집합건물법 제24조 제1항은 관리단집회의 결의로 관리인을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는 강행규정이라 할 것이어서(대법원 2012. 3. 29. 선고 2009다45320 판결 등 참조), 운영위원회 결의로 선출된 회장이 집합건물법상 관리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원고의 운영위원회나 회장이 아닌 운영위원들이 원고를 대표하고 원고의 사무를 집행하는 자들로서 집합건물법상의 관리인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관리인이 수인인 경우 민법 제119조 본문에서 정한 각자대리의 원칙에 따라 관리인들은 각자 관리단을 대표해 사무를 집행할 수 있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7. 16. 선고 2014가합592443 판결).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에서는 관리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관리위원회의 구성원 개개인이 관리단의 대표권을 가진다고 판단했으며, 나아가 관리위원회의 구성원이 여러 명일 경우에는 그 회장이 아닌 관리위원 각자가 대표권을 가지고, 이 경우 상법상 각자 대표로서의 지위를 가진다고 봤던 것이다.

집합건물법상 관리인의 지위에 관하여 많은 이들이 혼동을 하고 있고, 실제로도 관리위원회와 관리인의 관계에 있어서 다소 혼란스러운 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간단히 정리한다면 관리위원회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관리인이 관리단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관리위원회의 역할인 집행까지 도맡아 하게 된다. 반면 규약이 제정돼 관리위원회가 성립된다면 관리위원회가 마치 입대의와 같은 역할로서 관리인을 지휘 감독하게 되는 것이다. 즉 대상판결은 관리위원회의 역할 및 지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보여진다.

[키워드: 운영위원회, 운영위원장, 대표권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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