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 신내동 새한아파트 김재원

미국의 최대도시인 뉴욕시청 정문에는 젊은 청년 장교의 동상이 하나 있다. 뉴욕시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 시청 정문에 왜 이름 없는 젊은이의 동상이 있을까 궁금해 한다. 그 동상의 주인공은 나단 헤일(1755~1776)이라는 육군중위의 동상이다.

헤일은 미국독립전쟁 당시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장교 임명을 받아 조지 워싱턴(미국의 초대 대통령) 장군의 부대에 배속돼 장군의 부관으로 활동했다. 전쟁 중 장군의 부대는 적의 후방 침투 작전을 수행하던 중 헤일이 영국군의 포로가 됐다. 영국군은 적군 사령관의 부관을 생포했기에 헤일이 군사기밀을 불기만 하면 전쟁을 진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그래서 헤일을 회유하기 시작했다. 미군의 작전계획을 실토하면 영국 처녀와 결혼해 평생을 호화롭게 살게 해주겠다는 유혹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육체적 고문으로 위협도 했다. 그러나 헤일은 그의 조국 미국을 위해 어떠한 고문과 유혹에도 일체 입을 열지 않았다. 어떤 수단방법으로도 미국군의 기밀을 얻지 못한 영국군은 할 수 없이 헤일을 사형시키기로 결정하고 형을 집행하기 전 최후 진술할 기회를 줬다. 헤일은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기고 21살의 나이에 사형대 이슬로 사라졌다.

“나는 사랑하는 내 조국을 위해 바칠 수 있는 목숨이 하나뿐인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I only regret that I have one life to love for my country.)

이 문장은 헤일의 동상에 새겨져 있다. 많은 미국인들은 헤일의 동상을 보며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일깨우고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을 추모한다고 한다. 국가가 존재하는 데에는 상당한 전란을 거치게 돼 있고, 모든 국가는 그 전란에서 희생된 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미국은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라고 해 5월의 마지막 월요일에 전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6·25 전쟁이 끝나고 정국이 안정된 1956년부터 6월6일을 현충일로 정하고 국가적인 추모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현충일 추모 행사는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추념식과 참배 행사가 거행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에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전 국민이 1분간 묵념으로 호국영령들의 명복을 빌고 관공서를 비롯해 각 기업, 단체, 가정 등에서 조기를 게양한다.

올해에도 국가가 주관하는 현충일 행사가 성대히 거행될 것이다. 국민 모두가 현충원에 모여 함께 추모 행사를 할 수 없기에 혹자는 가정에서 또는 거리에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묵념을 하고 집집마다 조기를 게양토록 계도할 것이다. 이날은 우리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도 조기를 게양하도록 안내방송을 한다. 그러나 실제로 국기를 게양하는 집은 매우 드물다.

아파트는 국기를 달기가 비교적 쉬운 편이다. 베란다에 설치된 국기 꽂이에 국기봉을 살짝 끼우기만 하면 된다. 간단한 일을 무관심하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현충일은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친 이들을 추모하는 날이다. 우리가 이 땅에서 평안한 삶을 누리는 것은 그들의 희생 덕분이다. 현충일 하루만이라도 정성을 다해 국기를 달자. 아파트마다 펄럭이는 조기의 물결은 보기만 해도 애국심이 솟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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