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 신내동 새한아파트, 에세이스트작가회의 이사

사랑에 눈먼 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연인에게 변하지 않을 사랑을 고백했고 연인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어머니의 심장을 가져오라고 했다. 당장 집으로 달려간 그는 어머니의 심장을 빼앗아 연인이 있는 곳으로 향했는데 너무 서두른 탓에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어머니의 심장도 길가에 내동댕이치고 말았다. 그러자 어머니의 붉은 심장이 말했다.

“얘야! 어디 다친 데는 없냐?”

영국문화협회가 세계 102개 영어권 국가의 국민 4만 명을 대상으로 ‘가장 아름다운 영어단어’를 묻는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가장 아름다운 영어단어로 선정된 단어는 ‘Mother(어머니)’였다. 

 내 어머니는 한평생을 고향 시골에 살다 연세가 80이 돼 우리 아파트로 왔다. 고향에 동생들이 많지만, 인생의 마지막은 맏아들인 우리 집에서 보낼 것을 소원했다. 시골에만 사시던 어머님이 서울 아파트로 오니 우리 부부는 걱정이 많았다. 당시 아내와 나는 둘 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 하루 종일 빈 집에 어머니 혼자 남겨두고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볍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어머니에게 소일거리를 찾아줄까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그동안 내 눈에 띄지 않던 아파트 관리동 2층에 경로당이 있음을 알게 됐다. 경로당 관계자의 허락도 없이 어머니를 모시고 경로당으로 갔다. 경로당 총무 할머니는 내 예상과는 달리 반갑게 어머니를 맞이해줬다. 이렇게 경로당에 발을 들여놓은 어머니는 4년 동안 친구들과 재미있는 생활을 했다. 경로당에서는 매일 따뜻한 점심을 지어줬고, 정기적으로 동네 목욕탕에 모시고 가 목욕을 시켜주고 미용사들을 불러 파마까지 해드렸다. 한편 매년 5월 어버이날을 전후해서는 부녀회에서 삼계탕을 끓여 건강까지 챙겨줬다. 우리 부부는 이 모든 일이 감사해 가끔 과일을 사들고 경로당을 찾아가면 할머니들은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평생 농사짓고 살던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마지막 4년을 아파트 경로당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어머니도 곁에 계시지 않고 당시 경로당 총무 할머니도 돌아가셨다.

드디어 반가운 소식이 들려 왔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그동안 중단됐던 경로당도 다시 문을 연다는 소식이다. 내 어머니가 즐거이 찾던 아파트 경로당을 올해는 꼭 다시 찾아 감사의 인사를 해야겠다. 5월이 시작됐다.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한시외전(韓詩外傳)에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은 효도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樹欲靜而風不止(수욕정이풍부지)

子欲養而親不待(자욕양이친부대)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때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소리 내어 어머니 노래를 불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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