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 신내동 새한아파트, 에세이스트작가회의 이사

봄 바 람

봄은 어디서부터 오는가? 강물을 타고 오는가? 산을 넘어서 오는가? 
어릴 때 시골에서 농사짓고 살 때는 봄은 파란 보리밭에서 오는 듯했다. 겨우내 얼었던 보리가 파란빛을 띄우고 그 위로 형형색색 나비들이 날아들 때면 농부는 쟁기질을 시작했다. 해동이 됐다는 증거다. 이때쯤이 봄이 우리 곁에 오기 시작한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변해 보리밭은 구경조차 힘들다. 농촌에 가도 보리를 심는 농가는 극히 드물다. 도심의 봄은 어디서 올까? 내가 완연한 봄기운을 느낄 때는 우리 아파트에 목련꽃이 필 때쯤이다. 아파트 단지마다 여러 종류의 꽃나무가 있지만 아마도 목련꽃 나무가 없는 단지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꽃이 피는 것을 보며 봄의 흥취를 느끼는 것은 옛 사람이나 지금을 사는 우리나 마찬가지인 듯싶다.
이백, 두보와 함께 당나라 3대 시인으로 칭송받는 백거이(白居易)는 춘풍(春風)이란 시에 이렇게 썼다.
봄바람에 정원 매화꽃이 먼저 피고
앵두꽃, 살구꽃, 복사꽃, 배꽃이 차례로 핀다.
냉이 꽃, 느릅 싹이 깊은 산골에 피니
또한 말하리라, 봄바람이 나를 위해 불어온다고.

꽃이 피는 순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한가 보다. 정원에 심겨진 꽃이 먼저 피고 산골의 냉이, 느릅나무가 싹을 틔운다. 우리나라도 제주 섬에서 매화꽃이 피면 봄의 서막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도심에 심겨진 목련, 벚꽃, 라일락이 피면 봄을 즐기는 시기가 되고 먼 산에 진달래와 철쭉꽃이 필 때쯤이면 봄은 우리 곁을 떠날 준비를 한다.
봄이 어디쯤 왔을까? 아파트 정원을 한 바퀴 돌아봤다. 잎이 진 나무의 이름을 알 수 없어 관리사무소에 들러 우리 아파트에 심겨진 나무 종류를 물어봤다. 관리소장은 수목관리대장을 봐가며 소나무를 비롯해 목련, 벚나무, 영산홍 등이 많다고 한다. 한편 뒷산과 아파트의 경계구역에는 개나리가 곳곳에 심겨져 있다는 설명이다. 모처럼 관리사무소에 가볼 기회가 생겨 직원들의 수고에 대한 감사인사를 했다. 정원에 나와서 자세히 보니 양지쪽 목련은 곧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수목의 종류는 많지만 꽃나무의 종류는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화도 심고 앵두, 살구, 복사꽃도 심는다면 보는 마음도 즐겁고 자라나는 어린이들 정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꽃이 사람에게 주는 기쁨은 아름다운 자태라 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선물이 있다면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아름다운 모습과 기분 좋은 냄새를 풍겨주는 꽃나무 중 하나가 라일락이다. 아파트 단지 안에, 특별히 스크린 도어를 열고 나가는 정원 좌우에 라일락을 심자. 드나드는 입주민들이 아름다운 자태와 향기로운 냄새에 취해 인정 넘치는 훈훈한 아파트가 될 것이다. 
봄바람이 분다. 얼어붙었던 논밭에도, 도시의 아스팔트 위에도 분다. 낮은 곳에서 시작해 높은 산으로 불어 넘어간다. 가슴을 열고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자. 봄을 즐기는 것은 각자 마음가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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