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하주차장 전면 재개방
피해 보상 관련 송사 진행 중

지난해 8월 1일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나 주차된 차량 900여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인천시청]

[아파트관리신문=양현재 기자] 지난해 8월 1일 이른 아침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수입 전기차에서 연기와 함께 화재가 시작됐다. 불은 8시간가량 타오르며 주차된 900여대의 차량들과 지하주차장을 지나는 각종 배관 등을 훼손시켰다.

해당 아파트 지하주차장 2200여면 가운데 화재로 피해를 입은 500여면은 1년 넘게 사용이 제한됐다가 소방시설 보강공사를 마치고 3일 다시 주차장을 개방했다. 4일에는 인천 서부소방서로부터 소방시설 완공검사 증명서를 받았다. 아파트 측은 화재 당시 불에 타버린 스프링클러, 소화전, 화재감지기 등 소방설비를 전면 교체했다.

아파트 곳곳 크고작은 고장
차량 보상 난항 등 여전한 피해

폐쇄된 주차장의 이용이 재개되며 겉으로 보기엔 화재로 인한 피해가 대부분 수습된 것으로 보이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아파트 관계자는 “전체 2200면 주차장 중 20%가 넘는 500면이 1년 넘게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주차난, 이중주차 등을 겪었다”며 “부족한 주차공간으로 인해 입주민 간 다툼이 발생하기도 하고 화재로 CCTV가 고장나면서 긁힘, 문콕 등이 잦아져 입주민들이 예민해졌다”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은 올해 1월부터 ‘화재 피해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아파트 피해 보상 및 대책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아파트 전체 1500여 세대 가운데 1000여 세대 입주민이 이 위원회에 가입했다.

피해대책위원회 소속 모 위원은 “아파트 공용 배관이 녹으며 전기적 문제가 발생해 공동현관을 조작할 수 없게 됐고 승강기가 갑자기 멈춰서기도 했으며 화재 발생 장소 위에 위치한 놀이터 이용이 제한되는 등 문제가 많았다”며 “외부인이 침입해 택배·우편물을 도난당하거나 누군가 문을 쾅쾅 두드려 공포를 느끼는 것은 물론 비행 청소년들에게 ‘이 아파트의 보안이 허술하다’는 소문이 퍼졌는지 놀이터를 마음대로 이용하거나 몰래 흡연하는 등 일탈의 장소가 되며 주거 환경의 질이 심각하게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재 당시 총 960여대의 차량이 그을음, 전소 등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는데 이 가운데 차량 화재보험을 가입해 둔 차주만 화재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았다”며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차량 제조사 등과 함께 진행한 정밀검사, 합동 감식 등에서도 명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배터리에 외부 충격이 가해져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가능성만 제기돼 화재에 대한 책임을 묻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불타며 훼손된 부분 등 물질적 피해에 대한 보상은 아파트 화재 보험 등으로 어느 정도 보상받았다”며 “그러나 화재로 집을 떠나 지내며 겪은 불편이나 화재 이후 느끼는 공포 등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지원 등이 미흡해 차량 제조사 등과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측은 “CCTV나 공용현관 등 고장은 대부분 복구된 상태”라며 “화재로 인한 아파트 손상에 대응하고 안전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 구조보강에 특히 유의하며 복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주차장 개방이 지연된 것이나 놀이터 공사 지연 등도 보다 안전한 환경이 될 수 있도록 복구 공사를 진행했기에 생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아파트 놀이터, 조경 등 주거안전에 있어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부분도 차차 복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앙부처부터 지자체까지
대책 내놨지만 허점 곳곳에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발생 이후 1달 만인 지난해 9월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대책’을 시작으로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한 TF가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안전 종합대책’을 내놨다.

정부 대책의 주요 내용은 ▲전기차화재 맞춤형 소방시설 설치기준 마련 ▲지하주차장 전반 화재안전성능 강화 ▲안전하고 효과적인 화재대응체계 마련 ▲진압장비 확충 및 첨단장비 개발 등이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도 지하주차장 안전 강화, 소방 장비 확충 등에 재정을 투입하는 등의 방안을 담은 ‘전기차 화재 예방 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전기차 화재 예방 대책 및 소방장비 확충 ▲안전한 충전시설 관리 ▲공동주택 등 건축물 전기차 화재 예방 관리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들이 진행되고 있는 수준은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우리 본부(경기소방)는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발생 시 대응방안을 휴대전화로 확인할 수 있는 QR코드를 관내 5000여 아파트 단지에 배포했다”며 “또한 하부 주수장치, 질식소화포를 현장 출동하는 소방서에 세트화해 보급했으며 지하주차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 진입해 소방활동을 펼칠 수 있는 저상 소방차(지붕이 낮아 지하주차장에 출입 가능한 소방차)도 상당 부분 도입했다”고 밝혔다.

반면 인천소방재난본부의 경우 2024년부터 저상 소방차 11대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절차 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아직 도입이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인천소방본부 산하 소방서마다 저상 소방차를 1대씩 배치하려 했으나 이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도입 대수도 4대로 축소했다.

또 공동주택에 화재 여부를 자동으로 확인하는 화재 감시 시스템 설치비 지원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는 해당 지원 사업을 별도의 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 공동주택 지원 사업에 일부로 편성했다. 현장의 아파트들은 화재 감시 시스템보다 아파트 도장·방수 등 다른 지원 사업 분야를 더 선호해 지난달 초까지 화재 감시 시스템 설치 지원을 신청한 단지가 없었다.

인천 서구가 작성 중인 ‘청라아파트 전기차 화재 백서’의 경우 이달 내 최종 보고서를 내고 다음 달 중 서구 관내 아파트에 백서를 보급할 예정이다. 해당 백서에는 화재에 대한 상세한 내용부터 화재 대응, 피해 복구, 향후 전기차 화재 정책 방향 등까지 포함됐다.

최근 전기차 화재 피해 적어
스프링클러 통한 확산 방지 주효

그러나 사건 발생 1년 후 관내 아파트에 이처럼 상세한 자료를 제작해 배포하는 것보다는 전기차 화재 대응 행동요령과 비화재보 등의 사고 예방 및 사고 발생 시 현장 대응 요령 전파 및 교육에 집중하고 관내 아파트의 스프링클러 현황 및 작동 점검 등에 집중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 6월 25일 하남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지만 인천 청라 화재와 다르게 큰 피해 없이 불이 진화됐다. 지난달 23일에도 충북 제천시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지만 하남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 두 화재 모두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하며 주변 차량이나 천장 배관 등으로 불길이 옮겨붙지 않고 화재가 시작된 차량만 전소된 것이다.

경기소방본부 화재예방과 관계자는 “아파트 등 지하공간에서 발생하는 전기차 화재는 현장 소방인력이 화재 차량에 접근해 직접적인 소화 활동을 펼치기 전 순식간에 화재가 확산될 경우 불을 끄기 매우 어렵다”며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불길이 번지지 않는 경우 화재 차량을 외부로 이동시켜 불을 제압할 수 있기에 소방대원의 출동까지 확산을 방지하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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