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택관리사 공부를 할 때 옆에서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던 8살 많은 형님이 있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각각 자격을 취득하고 난 관리사무소로 그 형님은 공인중개사로 진출했다. 그 형님은 공인중개사로 1~2년을 근무하다 그 길이 아닌듯 싶어 다시 주택관리사를 공부해서 관리업계로 진입하려고 했는데 이쪽으로는 경험도 없는 초심자를 관리사무소장으로 채용해 주는 곳은 없었다.
이 형님도 어쩔 수 없이 나처럼 관리사무소 직원부터 출발해야 했는데 직원으로의 구직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근무하는 입주 단지의 기전실 직원으로 함께 했었다.
스스로 경험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단지 내에 상주하고 있는 하자업체를 따라 다니며 열심히 일을 배우고 틈틈이 유튜브로 기전실 업무를 배우면서 나름의 경력을 채웠다.
그렇게 1년 반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이 형님이 근무할 만한 괜찮은 곳이 있어 추천해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하게 됐다.
그 아파트에서 근무하며 가끔 형님이 전하는 소식에 따르면 누구도 감당하기 힘든 갑질에 괴롭힘이 수위를 넘었었다. 그 누구도 그곳에서 적응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결국 그 형님은 그곳에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와 크게 싸우고 두 달 만에 그곳을 그만두고 나오게 됐다. 이후 다시 취업해 들어간 아파트에서도 같은 상황으로 그만두게 됐다.
아들이 없으면 식사도 잘 거르는 홀어머니를 염려해 꼭 집에 가서 같이 식사하는 효자 아들도 말도 안되는 갑질과 괴롭힘은 참을 수 없었나 보다. 관리사무소장이라는 직업이 엄청 힘들었는지 그다음부터는 관리사무소장으로는 구직하지 않았고 관리과장으로 입사한 곳에서 줄곧 일하고 있다.
그 형님을 비롯해 관리업무 스트레스로 지병을 얻어 돌아가신 A소장님, 갑질로 스스로 운명하신 B소장님, 입대의 회장에 의해 피살당한 故이경숙 소장님이 겪었던 열악한 상황은 관리사무소장 입장에서는 천재지변이다.
혼자의 힘으론 단기간에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그렇기에 관리사무소장들은 동업자 의식을 가지고 인근 관리소장들과 친밀히 교류하며 깨어 있어야 한다. 깨어서 단합된 힘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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