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 46

큰꿩의비름, 은꿩의다리, 꿩의바람꽃, 매발톱, 봄까치꽃, 제비꽃, 큰제비고깔, 뻐꾹나리, 닭의장풀···. 모두 야생화 이름들로 우리가 산과 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꿩과 매, 까치, 제비, 뻐꾸기 등 새와 관련이 깊은 흥미로운 이름들이다. 오늘 만나볼 가막살나무 또한 덜꿩나무와 더불어 까마귀와 꿩이라는 친숙한 새와 관련이 있는데 이렇게 식물의 이름에 우리의 삶과 밀접한 새들이 등장하는 걸 보면 재밌기도 하고 잘 지었다는 생각도 든다. 민화나 수묵화에서도 즐겨보던 새들이기에 더욱 정감이 가는 대목이다.

늘푸른나무를 제외한 겨울철 조경수들은 잎을 모두 떨군 채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어 별 볼품이 없다. 더욱이 화려했던 꽃도 없다 보니 그 나무가 그 나무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매력적인 열매를 무더기로 달고 있다면 생각은 달라진다. 원초적인 강렬한 빛깔로 무수히 많은 열매가 나무 전체를 덮다시피 한 풍경을 겨우내 연출한다면 말이다. 바로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단지의 가막살나무 얘기다.

꽃
꽃망울
꽃망울

인동과의 가막살나무(Linden viburnum)는 키 2~3m 정도의 갈잎나무다. 늦봄부터 초여름에 걸쳐 피는 흰 꽃은 겹산형꽃차례를 수북하게 덮고 있어 눈부시게 아름답다. 또한 진한 마력의 꽃향기는 ‘사랑은 죽음보다도 강하다’는 꽃말을 대변하듯 숨이 막힐 정도다.

열매
열매
열매
열매

수북하던 꽃이 지고 나면 그 자리에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는데 콩알만 한 열매는 가을에 빨갛게 익어 겨울을 지나 봄철 새잎이 날 때까지 오랫동안 함께한다. 그런 열매를 까마귀가 즐겨 먹었던지 ‘까마귀가 먹는 쌀’이라는 의미의 가막살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수목을 공부하다 보면 난해할 때가 종종 있다. 잎을 봐도 꽃을 봐도 꼭 닮은 데다 나무 전체적인 모양까지 닮아 구분하기 힘들 때 말이다. 도토리 여섯 형제(신갈, 떡갈, 갈참, 굴참, 졸참, 상수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산초나무와 초피나무가 딱 그런 예다. 꽃과 열매가 아름다워 정원이나 공원의 조경수로 널리 심고 있는 가막살나무와 덜꿩나무도 구분이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 가막살나무가 덜꿩나무보다 둥근 형태의 잎을 하고 있으며 덜꿩나무 잎자루보다 가막살나무의 잎자루가 더 길다. 그리고 꽃과 열매의 빽빽함과 탐스러운 정도도 가막살나무가 더하다. 가막살나무는 잎 뒷면에 털이 많은 데 반해 덜꿩나무는 잎의 앞뒤로 털이 빽빽하며 가장 확연한 차이는 턱잎의 있고 없음인데 가막살나무는 없다.

줄기
줄기

유사한 종으로 덧잎가막살나무와 서양가막살나무, 털가막살나무, 산가막살나무가 있으며 가거도의 푸른가막살나무는 늘푸른나무로 자생한다. 까마귀와 더불어 새들이 즐겨 찾는 가막살나무 열매처럼 누군가의 즐겨찾기에 포함되려면 그들이 좋아할 만한 나만의 매력 두어 가지쯤은 지니고 있어야 한다. 향기로운 꽃만 해도 좋은데 맛있는 열매까지 더한 가막살나무처럼···.

※ 관리 포인트
- 습기가 많은 곳을 좋아하며 토질을 가리지 않으나 비옥한 토질에서 잘 자란다.
- 추위에 강하고 특히 불에 견디는 힘이 강해 산울타리로 심어 동백나무, 은행나무와 같이 방화수(防火樹)로도 쓰인다.
- 번식은 열매를 따서 두 해 동안 노천 매장했다가 심어야 싹이 잘 트며 꺾꽂이로 증식한다.
-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며 바닷바람에 견디는 힘과 공해에 견디는 힘이 모두 강하다.
- 강한 전정은 꽃이 진 뒤에 하는 것이 좋으며 수형을 만드는 전정은 겨울에 낙엽이 진 후에 한다. 단 다음 해에 필 꽃눈을 잘라버릴 수 있으니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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