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 50

한겨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변함없는 푸르름으로 우리 곁을 지켜주는 나무들이 있다. 같은 늘푸른나무라지만 회양목이나 측백나무의 잎은 겨울철 계절에 따른 생리현상으로 인해 황토색이 되기도 하고, 어떤 건 생기를 잃은 듯 누렇게 변해 안쓰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에는 독야청청 늘 푸름을 자랑하는 송(松)과 백(柏) 두 벗이 나란히 버티고 있으니 이 계절이 그리 삭막하지만은 않다. 서로를 바라보며 힘이 돼주기 때문이다.

소나뭇과에 속하는 스트로브잣나무(Pinus strobus, White pine)는 높이가 30m까지 곧게 자라는 늘푸른 바늘잎 큰키나무다. 나무껍질은 녹갈색으로 미끈하다가 차츰 나이를 먹으면서 터지고 갈라진다. 또한 흰빛 머금은 바늘 모양의 잎은 5개씩 뭉쳐나는데 잣나무나 섬잣나무에 비해 가늘고 길며 보드랍다. 미국에서 건너온 리기다소나무의 잎이 3개씩인데 반해 적송이나 곰솔, 반송 같은 소나무는 2개씩 모여 나는 것과 구별된다. 암수한그루로 4월 하순쯤 꽃이 피고 이듬해 9월쯤 익는 열매는 길쭉한 고깔 모양에 아래로 처져 달리는데 아쉽게도 잣은 들어있지 않다.

우리가 관리하는 단지에서 스트로브잣나무의 쓰임새는 의외로 많다. 사계절 푸르름을 자랑하는 덕분에 이곳저곳 모여 심어 전체적으로 단지에 생기를 불어넣기도 하고 회색빛 건물에서 풍기는 인공적인 냄새를 지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아파트 전방인 발코니 쪽을 뺀 건축물의 옆면과 뒷면에 붙여서 심으면 3층 정도까지는 거뜬히 가려지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찻길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를 막아주기 위해 단지와 찻길 사이에 둔덕을 만들어 빼곡히 심으면 높다란 방음벽 구조물을 만드는 것보다도 훨씬 자연 친화적이라 좋다. 그 밖에도 방진, 방풍, 차폐, 경계, 유도식재 등 활용 가치가 높다.

잎과 새순
잎과 새순

스트로브잣나무는 별나게도 가지가 사방으로 빙 둘러 나면서 넓게 퍼져 수형이 보기 좋은 원뿔꼴을 이룬다. 수형조절이 자유롭고 입지를 가리지 않아 새로 조성되는 주택단지의 공원수나 가로수로 적당하며 특히 넓은 공간의 배경 및 녹음수로도 좋다. 거기다 생장 능력이 우수하고 국내 기후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난데다 소나무재선충병에도 내성이 강한 나무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왜냐하면 이 병은 소나무의 에이즈라 불릴 만큼 한번 걸리면 100% 죽는 고약한 병이어서 지금으로서는 딱히 고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수꽃
수꽃
암꽃
암꽃

글을 쓰고 있자니 살면서 가슴에 새겨 실행한 송무백열(松茂栢悅)이란 네 글자가 머릿속을 맴돈다. ‘소나무가 무성하니 잣나무가 기뻐한다’라는 뜻으로 벗이 잘되는 것을 기뻐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몇 해 전 대학동아리 선배인 노(老)교수가 액자를 만들어 재학생 동아리방에 걸어줬던 기억 때문이리라.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는 우리는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정서적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나의 기쁨이 서로의 기쁨이 될 수 있도록 해야 겠다.

수피
수피
열매
열매

※ 관리 포인트
- 중부 이남에 식재가 가능하며 흙 깊이가 깊고 기름진 땅을 좋아하지만 건조한 곳에서도 잘 견딘다.
- 어린나무는 음수이므로 그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서늘하고 습기가 많은 곳을 좋아한다.
- 내한성이 강하며 공해에 강한 편이므로 도심지 조경에 적합한 수종이다.
- 번식 방법은 시월에 종자를 따서 파종 한 달 전에 한데 묻어뒀다가 봄에 심는다.
- 늦봄부터 초여름에 나무껍질이 터져 꺼칠하고 나뭇진이 흘러나오는 잣나무털녹병에 걸리면 바로 베어 소각하거나 중간기주인 송이풀과 까치밥나무를 뽑아 소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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