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 43

바야흐로 단풍철이다. 멀리 북한산자락에서 시작된 만산홍엽(滿山紅葉) 고운 단풍들이 산기슭을 타고 시나브로 내려오더니 어느새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에도 울긋불긋 주저앉았다. 불그스레 물들었던 벚나무와 노란 계수나무 잎은 낙엽 되어 가버린 지 오래지만, 때를 기다린 양 맵시를 한껏 뽐내는 단풍나무가 물감을 풀어놓은 듯 아름답다. 이에 질세라 불타는 듯 붉은 단풍으로 입주민의 눈길을 사로잡는 나무가 있으니 바로 복자기다.

단풍나무류는 대부분 안토시아닌(anth ocyanin) 색소를 가진 탓에 붉은빛이 감돌지만 종류마다 조금씩 다른 독특한 빛깔을 뽐낸다. 우리가 흔히 보는 단풍나무의 단풍이 단순히 붉은색 위주라면, 복자기는 노랑과 주황 그리고 단풍나무 집안의 유전대로 붉은색을 바탕으로 진한 주홍색을 더했다. 그러다 보니 빼어난 단풍으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으면서 ‘복자기단풍’이라는 별칭도 얻게 됐는데 그래서인지 계절이 주는 쓸쓸함은 간데없고 오히려 강렬한 기쁨과 정열 넘치는 에너지를 갖고 있다. 복자기 단풍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선물이다.

오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복자기(나도박달, Acer triflorum Kom)는 단풍나뭇과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단풍나무다. 갈잎큰키나무로 키가 20여m까지 자라며 잎은 마주나는데 붉은빛 도는 길쭉한 잎자루 하나에 석 장의 잎이 붙어 있어 보통의 단풍나무잎이 한 장씩인 것과는 사뭇 다르다.

꽃

영어 이름 ‘Three-flowered Maple’은 꽃자루 하나에 세 송이씩 피는 꽃을 그대로 묘사한 것인데 암수딴그루로 꽃은 잎과 함께 늦봄에 피며 자잘한 연노랑 꽃이 땅을 향한 모습이다. 덧붙이자면, 잎도 석 장, 꽃도 세 송이, 열매도 세 개씩 달려있어 행운의 ‘Triple Crown’을 씌워주고 싶다. 야구 잘하는 투수(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나 타자(타율-홈런-타점)에게 주어지는 기록처럼….

열매
열매

충북 단양군에 가면 복자기 900여그루를 읍내 가로수로 심어 가꾸고 있는데 그 모양이 버섯을 닮아 명물 가로수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상가 간판을 가리고 꽃가루 때문에 골칫거리였던 버즘나무를 베어내고서 심은 복자기를 버섯모양으로 다듬은 것인데 차별화가 돋보인다. 그런 복자기는 단풍나무 중에서도 색이 곱고 진하기로 소문이 나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조경수이자 관상수다. 목재는 조직이 치밀하고 아름다워 가구재, 무늬 합판 등으로 쓰이며, 유사한 종으로는 잎이 두껍고 표면에 젖꼭지 모양의 털이 있는 젖털복자기와 가장자리 전체에 잔 톱니가 있는 복장나무가 있다.

잎

영랑(永郞)이 시를 통해 말해주듯 일에 대한 걱정일랑 잠시 접어두자.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단풍을 따라 발걸음을 옮겨보자. 가을 햇살에 눈 부신 단풍잎이 지친 그대의 어깨를 어루만져줄지도 모를 일이다.

※ 관리 포인트
- 적당한 습도의 사질양토에서 잘 자라며, 햇빛을 좋아하나 음지에서도 잘 자란다.
- 건조한 토양에서도 잘 적응하며 소금기에 견디는 힘과 공해에 견디는 힘은 보통이나 추위에 견디는 성질은 강하다.
- 번식 방법으로는 6~7월경에 열매를 따서 직파하거나 한두 해 노천 매장했다가 봄에 파종한다.
- 옮겨심기가 쉬운 편이며 생장 속도는 느리다.
- 충해로는 나방류(미국흰불, 짚시, 독, 박쥐, 노랑쐐기), 깍지벌레류, 하늘소류(초록, 알락)가 있으며, 병해에는 흰가루병, 탄저병, 가지마름병, 모잘록병이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