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 51

삼월이다. 아직 봄을 말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진 않지만 얼음장 밑에서도 물은 흐르고 눈 덮인 들판에서도 움은 트고 있으니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에도 머지않아 봄꽃들로 꽃 대궐을 이룰 듯싶다. 목련은 벌써 꽃눈을 감싸고 있던 두꺼운 외투를 벗어 던졌고 가지 끝 매화나무도 강냉이 튀밥 마냥 꽃눈이 불거졌다. 오늘의 주인공인 미선나무 또한 금방이라도 왈츠 선율에 몸을 맡길 기세다.

이른바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는 선화후엽(先花後葉) 수종은 미선나무 말고도 봄을 마중하는 풍년화, 히어리, 매화나무, 산수유가 있고, 개나리, 진달래와 더불어 생강나무, 목련, 박태기나무, 벚나무도 이파리 없는 시커먼 나뭇가지에 꽃단장한 채 봄대문을 활짝 열어젖힐 것이다. 물푸레나뭇과에 속하는 넓은잎 떨기나무인 미선나무(White Forsythia, 尾扇)는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식물로 달랑 1종 1속밖에 없는 손 귀한 수목이다.

3월에 피는 단아한 하얀 꽃은 개나리꽃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닮은 데다 줄기마저 개나리처럼 가지 끝이 아래로 처지는 통에 꽃에서 나는 달콤한 향기를 맡아보지 않고서는 개나리라 우겨도 넘어가지 싶다. 다만 노랑꽃이 아니라 새하얀 꽃이 피기에 흰 개나리라는 뜻의 영명 ‘White Forsythia’가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그리고 개나리꽃보다는 작고 피는 시기도 더 이르다.

열매
열매

사극의 궁중 연회를 보면 시녀 둘이서 귓불을 맞붙여 놓은 것 같은 커다란 부채로 해를 가리며 서 있는 장면이 나온다. 이 부채가 바로 미선(尾扇)이라는 것인데, 미선나무의 열매 모양이 이것을 닮았다고 해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 미선나무 열매는 꽃이 지고 처음 열릴 때는 푸르지만, 차츰 익어가면서 연분홍빛으로 변하고 가을이 깊어지면 갈색이 된다. 열매 하나하나가 하트모양을 닮아 보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기에도 충분하다.

분홍미선
분홍미선
상아미선
상아미선

하얀 꽃으로 대표되는 미선나무 외에도 분홍빛을 띤 분홍미선, 맑고 연한 노란빛의 상아미선, 꽃받침이 푸르스름한 푸른미선나무가 있다. 거기다 열매가 움푹 패이지 않고 둥근 것은 둥근미선이라 한다. 충북 괴산과 진천, 영동, 전북 부안의 너덜겅이나 야산에 자생하고 있는 천연기념물은 고작 사람 키 정도로 자그마한데도 몇백년을 살 수 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낭창낭창한 미선나무 줄기를 타고 수북하게 피어오른 꽃은 마치 요한 슈트라우스 ‘봄의 소리 왈츠’의 선율처럼 화사하고 아름답다. 올봄엔 미선나무 몇 그루 심어보는 건 어떨까?

꽃

꽃이며 향기며 익어가는 열매까지 그 어느 꽃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고운, 그래서 곁에 두고 오래오래 보고픈 멋진 친구 아니던가. 문득 판소리 명창 박동진 선생의 오래된 광고를 되작거려 본다.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

잎

※ 관리 포인트
- 꽃에 향기가 있어 정원수는 물론 산울타리로 심거나 도로변, 제방, 공원 등 어느 곳에 심어도 어울리는 조경수다.
- 번식 방법은 씨앗을 심거나 꺾꽂이, 포기나누기 또는 휘묻이가 있는데 꺾꽂이가 쉬운 편이지만 씨앗을 심어도 싹이 잘 난다.
- 햇빛을 좋아하지만 그늘과 가뭄에 강할뿐더러 추위와 더위에도 강해 전국 어디서든 심어 기를 수 있다.
- 공해에 견디는 성질은 보통이지만 바닷바람에 견디는 힘은 약한 편이다.
- 토양은 수분이 있고 부식질이 풍부한 비옥토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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