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 49

소덕동 팽나무를 아는가! 한적한 시골 마을 언덕배기에 수호신처럼 우뚝 선 위풍당당한 모습의 팽나무 말이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연속극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새로운 길을 내기 위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500살 노거수 팽나무가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다는 이야기가 시청자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었었다. 주연급 역할을 한 그 나무는 이후 천연기념물로 등록되면서 행운의 주인공이 됐고, 지금은 경남 창원시 북부리에서 연속극만큼이나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겨울철 조경에서 돋보이는 것은 늘푸른나무다. 낙락장송 소나무가 악단을 지휘하듯 단지 가운데 우뚝 서서 조화를 이끌고, 한층 한층 탑을 쌓은 섬잣나무도 푸르름으로 균형을 맞춘다.

둥글둥글 향나무와 각 잡힌 사철나무 그리고 고깔을 세워놓은 듯 길쭉한 원뿔 모양의 주목도 삭막함을 없애주기엔 안성맞춤. 하지만 속살 훤히 드러낸 채 서 있으면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담백한 수묵화처럼 기품 있는 이 나무야말로 지금이 단연 돋보이는 철이다. 바로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에서 늠름하게 겨울을 나는 팽나무 얘기다.

꽃

느릅나뭇과의 팽나무(Hackberry, 彭木, 달주나무, 매태나무, 폭낭)는 넓은 잎 큰키나무로서 키가 20m가 넘고, 줄기 둘레가 두세 아름도 더 되는 아주 큰 나무다. 느티나무나 은행나무만큼 오래 살다 보니 자연스레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唐山)나무가 됐고, 주민들은 해마다 제를 지내며 신성시한다. 현재 천연기념물 등 보호수로 지정돼 산림청의 관리를 받는 나무가 1200그루에 이를 정도로 나이 많은 팽나무는 중부 이남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

열매
열매

팽나무는 곰솔과 함께 파도 소리 자장가 삼고 바닷바람 이불 삼아 크는 나무라 제주도를 비롯해 바닷가에서 많이 자란다. 아직도 아린 기억의 진도 팽목항은 포구 주변에 팽나무가 많아 이름 지어졌을 만큼 짠물에 강하다. 봄에 보잘것없던 꽃이 지고 나면 여름부터 콩알만 한 열매가 달리기 시작하는데, 이 열매를 대나무 대롱에 넣고 꼬챙이를 꽂아 ‘탁’ 치면 총알처럼 멀리 날아간다. ‘팽~’하는 소리와 함께 팽나무라는 이름이 생긴 일명 ‘팽총놀이’다.

잎

쓰임새는 공원이나 정원에서 그늘을 제공하는 조경수로,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으로 이용되며, 목재는 건축재나 가구재로 쓰인다. 유사 종으로는 외나로도에 사는 섬팽나무, 제주도와 전남 해남 등지에 사는 둥근잎팽나무, 열매가 검게 익는 검팽나무, 노랗게 익는 노랑팽나무, 어린잎이 자주색인 자주팽나무, 그리고 산팽나무, 왕팽나무, 장수팽나무가 있다.

단풍
단풍

팽나무 잎은 끝 쪽으로 절반만 톱니가 있어 여느 잎과는 사뭇 다르다. 노란 단풍이 일품인 팽나무는 요즘 들어 아파트 조경으로 사랑받고 있는데 고향 떠나온 중년의 팽목은 비틀거리는 모습이 안쓰럽다. 오랜 세월 풍파를 이기며 신자들과 함께했을 아산 공세리성당의 아름드리 팽나무. 겸손, 위안, 자부심, 경외심이라는 단어들을 추억으로 되새김한다.

수피
수피

※ 관리 포인트
- 수세가 강건하고 입지에 대한 요구가 까다롭지 않으며 맹아력이 좋다.
- 옮겨심는 것이 쉽고 가지를 전정해서 나무 모양을 다듬어 줘도 좋다.
- 양지와 음지를 가리지 않으며 비옥한 사질양토에서 잘 자란다. 생장이 빠른 편이고 평탄하고 깊은 땅을 좋아하며 습한 곳에서도 잘 견딘다.
- 뿌리가 잘 발달해 강풍과 해풍에도 강하며 내염성이 있어 바닷가에서도 잘 자란다.
- 번식은 10월에 익은 열매를 따서 맨땅에 묻어뒀다가 봄에 심거나, 전년 생 씨모를 대목으로 해 초봄에 설접(舌接) 또는 절접(切接)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