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 41

‘마가목’ 하면 언뜻 한의원에서 지어온 보약 상자가 떠오른다. 언제부턴가 신문과 방송에서 마가목의 우수한 약효를 알리는 홍보물이 우리 곁에 차고 넘쳤기 때문이리라.

필자도 마가목을 직접 마주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름도 생소한데다 썩 친근한 이미지의 이름은 아니라는 느낌 때문이었을까? 그런데다 1000m가 넘는 높은 산에서나 볼 수 있다니 그렇게 된 것 같다. 하지만 풍성한 꽃과 빨간 열매, 화려한 단풍까지 매력 넘치는 친구로 금세 가까워졌다.

그런 마가목이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에 들어와서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사계절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있으니 보배로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지금 마가목의 모습은 여름을 지나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이라 푸른 잎 사이로 노란 열매가 돋보인다.

마가목 꽃
마가목 꽃

꽃이 지고 나서 맺기 시작한 마가목 열매는 초록에서 노랑으로 변하다가 주황색으로 익는가 싶더니 정열의 빨강으로 찐하게 마무리한다. 그리고는 겨우내 황량해진 단지를 수놓으며 새들을 불러 모아 노래 교실을 연다. 조경가의 탁월한 안목 덕분이다.

마가목 잎
마가목 잎

장미과에 딸린 마가목(馬牙木, Mountain Ash)은 키가 10여m 안 되는 갈잎나무로 계절마다 독특한 모양새로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준다. 잎은 긴 잎자루에 좌우로 작은 잎이 10여개씩 붙어 있는 전형적인 겹잎이다. 가장자리에 제법 날카로운 톱니가 촘촘하게 난 것이 특징인데 봄에 돋는 새순이 말의 이빨처럼 힘차게 올라온다고 해 ‘馬牙木’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꽃은 늦봄부터 초여름에 걸쳐 가지 끝에서 여러 개의 꽃대가 올라와 우산 모양으로 수많은 하얀 꽃이 핀다. 손톱만 한 꽃이지만 무리 지어 피는 모습은 초록 잎과 잘 어울린다.

마가목 열매
마가목 열매

열매를 살찌우는 여름에는 다른 나무와 섞여 있어 잠시 잊어버린다. 그러다가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들어서면 갑자기 사람들의 눈을 현란하게 만든다. 꽃이 핀 수많은 자리마다 굵은 콩알만 한 동그란 열매가 빨갛게 익기 때문이다. 아직 잎은 초록색 그대로인데 빨간 열매가 무더기로 달리다 보니 감히 아름다움을 겨뤄볼 나무가 없을 정도다. 거기다 노랑, 빨강, 주홍색으로 물든 가을 단풍은 쪽빛 하늘과 어우러져 멋스러움을 더한다.

마가목 수피
마가목 수피

열매부터 줄기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는 마가목은 광제비급(廣濟祕笈)에서는 ‘풀 중에 으뜸은 산삼이요, 나무 중의 으뜸은 마가목이다’라고 전할 정도로 좋은 약재다.

요새는 정원수로 널리 심고 있어서 공원이나 수목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 특히 울릉도에서는 자생하는 마가목을 찻길 가에 심어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마가목이 아무리 만병통치약이라 한들 우리에겐 윤선도의 다섯 벗(수, 석, 송, 죽, 월)에 하나를 더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꽃과 나무를 가까이하는 삶이 곧 건강이요 행복이기 때문이다.

※ 관리 포인트
- 음수(陰樹)이므로 추운 곳에서 잘 자라며, 자갈이 섞여 있는 배수가 잘 되는 사질양토와 습기가 있는 땅을 좋아한다.
- 내염성(耐鹽性)과 내공해성(耐公害性)은 중간 정도이며, 비료가 필요 없을 정도로 강한 나무다.
- 자연적인 수형이 아름다우므로 가지치기할 일이 적지만 시기로는 11월에서 다음 해 3월이 적당하며 잘라낸 곳에 유합제를 발라 상처가 빨리 아물도록 한다.
- 늦가을 열매가 익으면 따 뒀다가 과육을 없애고서 심거나 꺾꽂이, 접붙이기 방법으로 번식한다.
- 자생지인 추운 곳에서는 병충해가 적은 편이지만 공원이나 정원 등 따뜻한 곳에서는 흰가루병과 진딧물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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