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 42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어릴 적 입에 달고 살았던 동요 ‘반달’이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엠티며, 단합대회에서 옆 사람과 손뼉을 부딪치며 흥겹게 불렀던 국민동요다. 1924년에 세상에 나왔으니 무려 100 년이나 된 오래된 노래다. 아마도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부른 시간을 합친다면 계수나무가 있는 달나라까지 가고도 남았을 것이다. 노랫말을 쓰고 노랫가락을 붙인 윤극영 선생님이 그저 고마울 따름.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찾아왔다. 가을 정취 물씬 풍기는 나무가 있으니 바로 계수나무다. 노랑물이 든 무성한 잎이 동글동글하니 참 예쁘다. 볼수록 귀엽고 사랑스러운 데다 은은하니 달콤한 향도 난다. 놀이터를 찾은 아이들에게 솜사탕을 선물하는 멋진 나무다. 단풍 든 계수나무 잎에서 풍기는 달콤한 향기 덕분이다. 그런 까닭에 계수나무는 놀이터를 중심으로 빙 둘러 심었다. 조경가의 세심한 배려인데 아는지 모르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뛰어노는 아이들이 마냥 귀엽다.

캐러멜 향이 매력적인 계수나무(Katsura Tree, 桂樹)는 계수나뭇과에 속하는 단 하나의 종으로 일가친척이 없는 외로운 나무다. 중국과 일본이 원산지이며 암수딴그루로 키가 30m까지 자라는 넓은 잎 큰키나무다.

수꽃
수꽃
암꽃
암꽃

연홍색 꽃은 5월에 잎보다 먼저 잎겨드랑이마다 한 개씩 피는데 꽃잎이 없는 데다 작은 꽃이라 그런지 볼 새도 없이 지나치기 십상이다. 가을에 익는 열매 역시 눈에 잘 띄지 않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반질거리는 하트모양의 잎은 달콤한 향기와 더불어 눈길을 끌 만하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 나무를 연향수(連香樹)라 부른다.

열매
열매

계수나무는 훤칠한 키에 우아한 수형도 아름답거니와 노란 단풍도 일품이어서 공원이나 정원에 조경수로 많이 심는다. 박태기나무의 잎과 쌍둥이처럼 닮았지만, 훨씬 작은 데다 오밀조밀 달려있어 운치가 있다. 목재는 비틀림이나 옹이가 없고 나뭇결이 좋아 바둑판을 만들거나 건축재, 가구재, 악기재 등 쓰임새가 두루 많다. 또한 잎에서 나는 특유의 달콤한 향기는 푸른 잎일 때도 나지만 시월 단풍이 들면 더욱 두드러진다. 계수나무 잎에 함유된 맥아당 때문이다.

산 위로 떠 오른 휘영청 밝은 달을 보니 문득 스치는 생각 하나. 계수나무 아래서 떡방아 찧는 옥토끼의 모습이다. 사실 달 속의 계수나무는 여기서 말하는 계수나무가 아니라 요즘 한창 꽃을 피우는 금목서나 은목서일 개연성이 크다. 중국에서는 목서(木犀)를 계수라고 부르기 때문인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의 나무로 목서만큼 잘 어울릴 나무가 또 있을까 싶다.

잎

주위를 둘러보자. 바람에 뒹구는 계수나무잎 한 바구니 가득 담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네보자.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사랑의 잎새를···.

※ 관리 포인트
- 건조한 토양보다는 수분이 많고 흙 깊이가 깊은 비옥한 사질 양토가 좋다.
- 소금기와 추위에 강할뿐더러 생장 속도도 빠른 편으로 중부 이남에서 잘 자란다.
- 생명력이 강해 원줄기를 베어도 뿌리에서 맹아가 나와 새로운 개체를 이루기 쉬우며 이식도 쉽다.
- 해충에 강한 편이나 하늘소, 오리나무잎말이나방, 말채나무공깍지벌레가 생길 수 있으니 6~8월경에 스미치온을 300~500배로 희석해 뿌려준다.
- 번식은 가을에 열매가 벌어지기 전에 씨를 따서 곧바로 뿌리거나 다음 해 봄에 파종하는 방법과 꺾꽂이의 경우 묘목의 뿌리에서 얻은 뿌리꽂이가 성공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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