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화의 나무가 있는 풍경〈5〉

휴일 아침 강아지와 산책하러 나갔다가 때마침 내 옆을 지나던 중년의 부부가 하는 말이 들려왔다. “저 나무 왜 저래, 잎이 마른 거야? 뭐지, 더워서 그런가?”

요즘 메타세쿼이아는 많이 아프다. 봄에 파릇한 잎들이 바람에 한들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푸르름을 잃어버렸다. 7월 장맛비가 내리기 전까지는 그래도 봐 줄 만했는데 지난 8월에 발생한 6호 태풍 ‘카누’가 지나간 뒤로 메타잎은 갈색에서 적갈색으로 퇴색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군데군데 발생했는데 올해는 기후 온난화, 이상기후 때문인지 전국 어디서나 메타세쿼이아에 발생한 응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응애 피해 잎
응애 피해 잎

8월에는 피해가 누적돼 처음 발생했을 때 밝은 갈색이었으나 진갈색 → 적갈색으로 변해 한창 녹음이 짙은 조경수와 뚜렷하게 비교돼 미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메타세쿼이아잎이 누렇게 변하는 것은 ‘응애’라는 녀석이 잎에 붙어 수액을 빨아먹어 엽록소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아주 집요해서 한번 침입한 나무에는 끈질기게 달라붙어 흡즙하고 알로 겨울을 난다. 응애는 기온이 높고 건조한 날씨에 감기처럼 찾아오는 해충으로 5월경부터 선제적 대응하거나 발생 초기에 집중적으로 방제하거나 나뭇잎이 돋아나는 초기에 응애약 살비제를 살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아파트에서 메타세쿼이아에 발생한 응애를 방제하기가 쉽지 않다. 높이가 20m 이상 자라는 수종이라 고가 사다리나 크레인을 이용해야 하고 번식은 연간 5~12회 이상, 1세대의 수명은 약 15~20일 가량으로 발생빈도가 많아 한두 번 방제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파트 내 메타세쿼이아읖응애 피해
아파트 내 메타세쿼이아읖응애 피해

메타세쿼이아 나무에 잎응애가 처음 발견된 것은 1990년 중국 산시성으로 한국과 중국에 분포하고 있다. 전나무잎응애(O. ununguis)와 형태적으로 매우 유사해 2008년부터 가로수 등에 메타세쿼이아의 피해가 나타났을 때는 전나무잎응애로 여겨져 왔으나 메타세쿼이아 잎응애는 암컷의 더듬이팔 발목마디의 방적돌기 끝이 뾰족한 형태로 폭에 비해 길이가 3배 정도 긴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메타세쿼이아의 피해는 2015년 처음 본종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잎응애는 성충의 크기가 약 0.3~0.4mm의 타원형으로 붉은 갈색을 띠고 있다. 너무 작아 실질적으로 맨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우며 여러 차례 발생한다. 특히 6월~7월에 성충과 약충의 밀도가 높아 큰 피해를 일으키며 장마철에는 빗물에 씻겨 내려가 잠시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한다.

요즘은 소나무재선충, 미국흰불나방 방제를 하듯이 수간 주사제(로멕틴)를 가슴높이지름 10cm당 1개씩 나무껍질에 주사해 연중 방제하는 방법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응애는 몸집이 작아 물을 뿌리면 땅으로 낙하하기 때문에 아파트에서는 봄철 가뭄에 여름철 비가 내리지 않을 때 소방호스나 살포기기를 이용해 나무를 샤워해주듯이 뿌려주면 예방도 되고 방제 효과도 볼 수 있다. 아무리 예쁘고 푸른 나무도 볼품이 없어지면 그 가치를 잃고 만다. 응애류(잎응애 포함)는 최근 기온상승으로 점점 뜨거워진 도심에 번식기간이 짧아져 대량 발생하는 상황이 됐다. 흡즙으로 인해 급속히 잎이 갈색으로 변화하고 이른 낙엽현상으로 가을 단풍도 사라지고 있음이 안타깝다. 메타세쿼이아가 일렬로 서서 도심의 숲 그늘을 만들고 이국적인 풍경으로 우리의 눈을 맑고 빛나게 해주듯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건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소망한다.

담양군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담양군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한편 메타세쿼이아 나무는 그 이름만으로도 떠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메타세쿼이아길로 유명해진 전남 담양군이다. 담양군에서 순창군으로 이어지는 8.5km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1972년 가로수 시범사업으로 3~4년생 묘목을 심으며 형성됐다. 이곳은 2006년 건설교통부 선정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아름다운 길이어서 해마다 많은 사람이 찾는 힐링 코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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