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화의 나무가 있는 풍경〈4〉

지난해 8월은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특히 8월 8일은 우리나라 역사상 100년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큰 피해를 줬다. 지하철 강남역과 고속버스터미널, 도로가 물에 잠겨 자동차 침수 피해가 일어났고 저지대의 주택 침수뿐만 아니라 전기실, 급수 기계실이 있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도 물에 잠겨 하마터면 큰 재해로 이어질 뻔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 살던 가족이 갑자기 집을 덮친 물로 하늘로 떠나는 안타까운 소식은 이상기후로 인한 기후 변화가 얼마나 큰 재앙이 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여름이 되면 찾아오는 장마는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여러 날 동안 계속 비가 내리는 현상인데 북쪽 러시아 쪽 오호츠크해 기단과 남쪽 북태평양 기단이 우리나라에서 만나 힘겨루기를 하는 시기 즉, 정체현상을 보이는 때가 장마철이다. 결국 따뜻한 남쪽의 북태평양 기단이 오호츠크해 기단을 밀어내면 장마가 끝나고 찌는듯한 여름 무더위가 시작된다. 지난 10년 동안(2012년~2021년)의 자료를 살펴보면 가장 길었던 장마는 중부지방에 장장 54일 동안 내린 비였다. 거의 두 달 동안 매일 비가 내려 제습기와 공기청정기가 가장 많이 팔리고 필자도 아침이면 하늘부터 확인하며 맑은 날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장마가 오면 하루 종일, 몇 날 며칠 비가 내리기도 하고 국지성 호우로 엄청난 비를 단시간에 쏟아내다 그치기를 반복해 불어나는 물을 미처 흘려보내지 못해 배수로가 넘치고 침수 피해가 발생한다. 올해는 장마가 끝났다고 했는데 미련이 많았는지 8월에 뜻하지 않는 호우피해가 많았다. 강수량이 부족한 겨울과 봄의 가뭄과 여름의 집중호우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무와 화단의 꽃들에 많은 스트레스를 줘 생장 상태가 불량해질 수밖에 없다.

비가 온 후 토사가 유출된 모습
비가 온 후 토사가 유출된 모습

특히 갑작스러운 폭우는 화단의 많은 흙을 유실시켜 나무뿌리가 드러나고 뿌리가 자랄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지고 보습력이 약해져 나무는 더 건조에 시달리게 된다. 유출된 토사는 배수로를 막아 역류를 일으키고 저층 세대와 공용공간의 피해를 일으키므로 토사유출을 막는 화단 경계는 꼭 필요하다. 조금씩 유출되는 토사라도 누적이 되면 아파트 화단의 흙은 점점 줄어들게 되고 채워지지 않는 한 나무 생장 공간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공동주택의 조경식재 공간은 콘크리트 지하 주차장 위에 흙을 넣고 나무를 식재한 곳으로 인위적인 조경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세월이 더해 감에 따라 아파트가 나이가 들어가고 그 속에서 입주민의 쉼터와 쾌적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나무도 성장함에 따라 커지는 뿌리는 뻗을 공간이 부족해져 위로 솟아난다. 아파트는 점점 고층에서 초고층으로 산을 이루고 지상은 모두 녹지공간으로 꾸며 콘크리트에 막힌 나무들은 꽉 조인 옷과 신발을 신고 신체를 압박해 모양을 만들 듯, 나무의 행복지수는 점점 악화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도 예전보다 요즘 건설되는 아파트의 조경은 나무와 나무 사이의 공간확보를 위해 촘촘한 식재보다 여백이 있는 설계와 큰 나무, 작은 나무, 초화류 순으로 균형 있게 식재하고 있다.

바람이 있다면 산울타리로 경계목을 해놓지만 비가 올 때는 흙이 쓸려 나가 키가 작은 관목류의 뿌리까지 드러나면서 차츰 회양목이나, 눈주목, 사철나무 등이 죽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비가 와도 흙이 인도나 도로로 유출되지 않도록 화단 경계를 환경친화적인 소재나 관리가 용이한 소재를 이용해 설치해주기 바란다.

화단 경계 인조목 설치
화단 경계 인조목 설치

지금 우리 화단에 경계석이 없어 흙이 유출되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파트의 수목은 귀하고 소중한 재산이다. 그 가치는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을만큼 크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예산을 투입해 토사유출이 심한 곳부터 실행하고 지자체 보조금 사업에 환경개선 사업으로 건의해 지원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이 우리의 삶을 쾌적하고 살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