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화의 나무가 있는 풍경〈2〉

수목의 자람이 가장 빨리 눈에 띄는 나무가 있다면 산울타리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네 집, 내 집, 니땅, 내 땅, 네 것, 내 것 등 경계하기 좋아해 나무를 이용해 울타리를 친다. 필자가 어릴 적 우리 마을은 탱자나무 울타리를 쳐놓은 집이 많았으며 70년대에는 모래와 몰탈을 섞어 벽돌 틀에 넣고 찍어낸 벽돌을 마당에 쭉 늘어놓고 양생해 쌓아 올린 벽돌담이, 80년대에는 공장에서 찍어 나온 조립식 담장이 유행했다.

그리고 아파트가 들어서며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 도로와 인도 경계, 나무와 나무 경계, 화단의 경계등에 나무를 심어 울타리 역할을 하도록 했다. 또한 여기에 맞는 수종을 산울타리 수종이라 해 아무 수종이나 심는 것이 아니라 맹아력이 강해 전지·전정에 잘 견디며 빼곡하게 치밀함을 유지하는 나무가 적합했다. 현재 많이 식재하는 산울타리 수종으로는 회양목, 쥐똥나무, 피라칸타, 철쭉, 눈주목, 덩굴장미, 사철나무, 꽃댕강나무, 화살나무, 조팝나무, 홍가시나무, 동백나무, 측백나무가 있다. 문제는 산울타리 나무는 주기적으로 매년 잘라주고 모양을 다듬어 줘야 모양을 유지하는데,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웃자란 가지가 인도를 넘어와 보행자들의 시야를 가리고 눈이나 신체를 다치게 할 수 있다.

인도 통행을 방해하는 나뭇가지
인도 통행을 방해하는 나뭇가지

요즘은 자전거도로가 울타리 옆에 바로 인접해 있는 경우가 많아 자전거나 보드 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나뭇가지가 늘어지거나 울타리를 삐져나와 낭창거리는 나무줄기가 사고 위험이 있고 불편하다”며 안전 신고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건설할 때 사람이 사는 건물 공간에 치중하다 보니 좁은 인도와 도로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나무는 성장해 경계를 넘어 자람에 따라 사람의 키 높이 아래로 나뭇가지가 쳐지지 않도록 전지를 해줘야 한다. 6월부터 시작되는 여름철 우기와 장마로 인해 나무의 웃자람이 클 때 아파트의 경우 외곽담장이나 사람들의 통행이 잦은 보행로를 중심으로 점검하고 관리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도록 하자.

미국 산울타리 전정모습
미국 산울타리 전정모습

산울타리를 전정할 때는 양손 가위나 전정기를 이용한다. 어깨보다 낮은 산울타리는 윗면부터 전정하고 난 후 옆면을 전정하고 어깨보다 높은 산울타리는 반대로 옆면부터 전정한 후 윗면을 전정해 높이를 맞춘다. 옆면을 전정할 때는 위에서 아래로 깎아주며 양손 가위와 전정기의 칼날이 약 15도 위로 향해 있는데 보통 허리높이 이하에서는 두 가위 모두 정상적으로 잡고 전정하고 그 이상에서는 거꾸로 잡고 전정해야 수평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나무가 잘라지는 모습을 보며 가위의 방향을 바꿔가며 모양을 잡아준다. 가끔 산울타리를 깎아놓은 모양을 보면 옆면이 울퉁불퉁하거나 위로 갈수록 넓어져 있는데 위가 넓어지면 햇빛을 골고루 받지 못해 하단부의 잎은 광합성량이 적어지고 생장이 불량해지므로 생장력이 좋은 윗부분은 위로 갈수록 좁게 강하게 깎아주고 단면은 조금 사다리 모양이 되도록 깎아준다.

산울타리의 전정 적기는 6월~7월, 9월 하순~10월로 연 2회는 해줘야 한다. 산울타리를 깎아주지 않고 방치했을 때는 교목(느티나무, 왕벚나무, 소나무, 단풍나무, 스트로브잣나무 등)류의 나무를 치받아 세력 다툼이 일어나고 햇빛의 투과를 방해해 큰 나무의 자람이 균형을 잃거나 소나무의 경우에는 가지가 말라 죽기도 한다. 아파트에서 산울타리만 잘 다듬어 놓아도 단지가 정돈되고 깨끗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므로 산울타리 전정은 관리자의 업무 요령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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