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화의 나무가 있는 풍경〈6〉

칠엽수는 다른 활엽수에 비해 훨씬 큰 잎을 가지고 있으며 몇 개의 가지에 난 잎으로 하늘을 다 덮을 만큼 하늘 우산을 만드는 듯한 모습이 매력적이다. ‘칠엽수’라는 이름은 손바닥처럼 펼쳐진 잎의 가장자리가 일곱 개로 갈라져 있어 부르게 됐으며 흔히 ‘마로니에’로 불리지만 이는 서양칠엽수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 주로 식재돼 있는 종은 일본 칠엽수로 높이 20~30m까지 자라며 잎의 앞면에는 털이 없으나 뒷면에 갈색의 부드러운 털이 있다. 꽃은 여름의 길목에 피어나는데 포도송이처럼 탐스러운 모양으로 꽃이 아래로 처지지 않고 곧게 서 하얀 촛불을 켜고 있는 듯 보이며 이런 모양을 원추꽃차례라고 한다.

열매는 둥글며 두꺼운 껍질에 싸여 있고 익으면 껍질이 세 갈래로 갈라지며 밤을 닮아 언뜻 밤으로 착각할 수 있다. 일본 칠엽수와 서양칠엽수를 가장 쉽게 구별하는 방법이 바로 열매인데 서양칠엽수는 열매에 가시가 있고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다. 이에 반해 일본 칠엽수는 밋밋하고 종자에 녹말이 많아 타닌을 제거해 식용으로 먹을 수 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마로니에공원은 옛 서울대 자리 터를 공원화하며 캠퍼스 안에 식재돼 있던 칠엽수를 공원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마로니에공원의 칠엽수는 1920년대 일본인 교수가 서울대 문리대에 심었으며 일본 칠엽수로 서양칠엽수(마로니에)가 아니다. 마로니에가 한국에 처음 1호로 오게 된 것은 1913년으로 네덜란드 공사가 고종황제에게 줄 선물로 가져와 덕수궁 석조전 뒤에 심어졌으며 100년 넘게 자라 거목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알락하늘소 피해로 고사한 칠엽수
알락하늘소 피해로 고사한 칠엽수

칠엽수는 세계 4대 가로수 종류의 하나로 널리 사랑받는 나무다. 플라타너스, 은행나무, 튤립나무와 함께 가로수로 녹지공간의 조경수로 많이 심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파트 녹지공간, 도심의 가로수 풍경으로도 자주 볼 수 있는데 필자가 사는 동네에도 10년 전에 가로수로 식재됐다. 그런데 넓은 잎으로 풍성한 녹음수의 모습이 아니라 가지는 말라 있고 잎은 생기가 없다. 너무 피해가 심해 다시 가로수를 조성해야 할 정도로 이미 칠엽수는 망가져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알락하늘소 피해가 심했다. 몇 년 동안 나무를 괴롭힌 것인지 수간부 아래 줄기부터 위쪽 줄기까지 성한 곳이 없었다.

알락하늘소 유충
알락하늘소 유충

알락하늘소는 점박이 무늬의 딱정벌레목에 속하는 해충으로 연 1회 발생하는데 여름철 6월~7월에 나무껍질을 물어뜯고 돌출된 뿌리나 수간하부(나무밑동 부분) 목질부 사이에 1개씩 120개의 알을 낳는다. 부화한 애벌레가 나무 내부에 터널을 만들어 가며 목질부를 갉아먹으며 성장하고 배설물을 배출한다. 성충이 된 알락하늘소는 나무에 구멍을 뚫고 밖으로 탈출한다. 알락하늘소의 생김새는 크기는 25~30mm, 몸은 까맣고 광택이 나며 앞가슴등판 양옆에 가시돌기가 있으며 날개에는 흰색 점무늬가 물방울처럼 점점이 박혀 있다. 마치 까만색 물방울 갑옷을 두른 모습처럼.

현장에서는 천공성해충이지만 알락하늘소의 발생 여부를 맨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피해를 뒤늦게 발견하게 되는데 성충으로 자라면 목질부를 갉아먹기 때문에 톱밥이 밖으로 나와 있다. 이때 구멍에 철사를 찔러 넣어 벌레를 죽이거나 주사기를 이용해 친환경 약제를 주입하면 방제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알락하늘소는 기주식물에 정착한 후 1세대만 지나도 심각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이미 과수농가에 해가 갈수록 큰 피해를 주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감귤재배 농가, 블루베리와 벚나무, 대왕참나무 등에 피해를 주고 있는데 ‘천공성해충 피해방지제’가 나와 있어 알락하늘소 산란철인 5월 말 이전에 수목의 하단부에 발라주면 산란을 막아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천공성해충 피해방지제는 경화제(액상)와 고화제(분말)로 구성돼 있으며, 분무기 또는 붓으로 수목의 하단부에 1회 발라준다.

칠엽수 나무는 몰라도 ‘마로니에’는 듣기만 해도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은 어디선가 들어본 노랫말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1971년 발표된 가요로 가수 박건이 부른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에서의 마로니에라는 가사가 그 시대의 낭만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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