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화의 나무가 있는 풍경〈7〉

몇 년 전부터 길을 가다 보면 가로수에 털실로 짠 뜨개옷을 입혀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형형색색의 알록달록한 색동옷을 입은 나무가 오가는 사람들을 반기는 것 같다. 예전에는 겨울이 시작될 무렵 해충방제를 위해 짚을 엮은 잠복소를 설치했었는데 요즘에는 나무나 동상 등 공공시설물에 ‘그래피티 니팅(Graffiti Knitting)’이라는 털실로 뜬 덮개(수목보호덮개)를 둘러놓는다. 이런 행사는 단체 프로젝트나 여러 지자체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마음씨 따뜻한 봉사자들이 직접 뜨개질한 옷을 입혀놓은 모습을 보며 무심코 지나쳤던 가로수가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건 왜일까. 아마도 어린 시절에 겨울이면 시골집 작은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목도리며 장갑, 조끼 등을 짜며 누구 것이 더 예쁜지 솜씨를 뽐내던 때가 있어서인가.

그래피티 니팅
그래피티 니팅

‘그래피티 니팅’은 벽·문 따위에 하는 낙서를 뜻하는 ‘그래피티’와 뜨개질을 뜻하는 ‘니팅’의 합성어다. 친환경 거리예술로 2005년 미국 텍사스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퍼졌다고 한다. 겨울나무에 병충해 예방과 보온 효과도 있겠지만 알록달록한 예쁜 옷을 입은 나무가 메마르고 삭막한 도시의 분위기를 따뜻한 거리 환경으로 만들어 줘 감성도 자극한다.

최근에는 도시 미관을 고려해 통일감과 세련됨을 위해 규격화, 균일화, 조화미가 표현될 수 있도록 그래피니 니팅 작품을 만들어 더욱 즐거움을 주고 있다. 겨울이면 거리의 나무들이 저마다 패셔니스타로 태어나는 모습이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잠복소의 효과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겨울을 나기 위해 땅으로 나무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길목에 짚을 둘러놓고 그 속으로 들어와 추위를 피해 겨울날 나게 하고 봄이 되면 나무에 두른 짚들을 걷어내 불에 태움으로써 해충을 없애고자 한 친환경 방제의 노력은 나름의 가치가 있다.

배롱나무의 줄기를 감싼 모습
배롱나무의 줄기를 감싼 모습

겨울이면 어떤 나무에 옷을 입혀줄까. 나무의 성향에 따라 추위에 강한 나무, 약한 나무가 있는데 추위(저온)에 견디며 생존할 수 있는 성질을 ‘내한성’이라 한다. 즉 추위에 견디는 힘을 가진 나무의 종류를 ‘내한성 수종’이라 하며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버드나무 등이 이에 속한다. 내한성이 약한 수종으로는 배롱나무, 삼나무, 편백, 능소화, 감나무, 장미, 식나무 등이 있다. 이 나무들은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살던 나무들이라 나무껍질이 얇기 때문에 중부지방에서는 겨울이면 오돌오돌 떨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의 주식인 벼의 이삭을 떨어낸 볏짚은 나무의 훌륭한 겨울옷이 된다. 솜씨 좋은 조경관리자는 줄기 아래까지 꼼꼼히 감싸고 치마처럼 펼쳐 뿌리 부분까지 옷을 입혀 매서운 동장군이 찾아와도 견딜 수 있게 중무장시킨다.

관목에 설치한 가림막
관목에 설치한 가림막

아파트는 높고 그늘진 콘크리트 건물이라 겨울이면 차가운 골바람과 얼어붙은 화단에서 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나무에 옷을 입혀 겨울을 나게 해주자. 눈이 오거나 빙판이 되는 곳에 염화칼슘을 뿌려 놓는 곳이라면 차량 통행으로 주변 나무에 염화칼슘이 튈 수 있으므로 가림막을 설치해 고사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 지난해 챙기지 못한 일은 다시 돌아오는 계절에 하면 된다.

◎ 대상 : 추위에 약한 나무(배롱나무, 장미, 영산홍, 모과나무, 감나무, 식나무, 벽오동 등)

◎ 준비물 : 볏짚, 이엉, 녹화마대, 새끼줄(또는 케이블 타이), 부직포 등 안전 장비
◎ 방법 :
1. 줄기와 줄기 근원부를 볏짚이나 이엉을 이용해 감싸주고 뿌리 주변도 충분히 짚으로 덮는다. (이식한 나무는 겨울철에 땅이 얼게 되면 수분이 이동하지 못하고 찬바람으로 인해 잎과 줄기가 말라 건조 피해)
2. 배롱나무의 경우 다 감싸주는 것이 좋지만 가능하면 윗부분의 잔가지를 제외한 줄기와 가지를 볏짚으로 감싸준다. 최소한 직경 5cm 굵기의 가지까지 나무껍질이 보이지 않게 꼼꼼하게 감싸주고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새끼줄을 이용해 단단히 고정해준다.
3. 장미의 경우 단장미는 전체를 싸주고, 덩굴장미는 뿌리 주변에 볏짚이나 우드칩을 이용해 덮어준다. 우드칩은 지면의 보온성을 높여준다.
4. 관목류(철쭉, 영산홍 등)의 경우 바람이 세고 그늘이 많이 지는 곳은 짚이나 녹화마대를 이용해 가림막을 설치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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