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 차상곤

서울 용산구의 100억이 넘는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A씨는 아랫집 B씨가 이사를 오면서 층간소음 다툼이 시작됐다. B씨는 위층 A씨 가족들의 발망치 소음을 관리소와 인터폰을 통해 민원을 제기하기 시작했고 직접 방문해 항의를 몇 차례 했다. 민원 제기에도 위층 소음이 개선되지 않자 B씨는 ‘사람을 우습게 본다’며 위층의 현관문을 고무망치로 내리쳤고 위층 A씨 부부의 제지에도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결국 B씨는 특수협박 및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됐고 검찰은 징역 2년을 구형했다. A씨는 안방과 창고를 제외하고 집안 곳곳에 소음방지용 장판을 깔았고 온 가족이 슬리퍼를 신은 채 까치발로 생활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A씨의 아내는 층간소음 갈등으로 쌍둥이 임신 중 한 아이를 유산으로 잃는 안타까운 일을 겪었다.

상기 사례처럼 층간소음으로 이웃 간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부부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현장에서는 종종 접하게 된다. 평소에는 다정하고 화목하지만 층간소음 문제만 나오면 의견이 갈라지고 언성이 높아진다. 급기야는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다 이혼까지 하는 부부도 있다. 한 사례로 임신한 C씨가 회사에 휴직을 신청하고 집에서 태교에 전념하려던 계획은 윗집에서 들려오는 각종 소음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났다. 회사를 다닐 때 전혀 위층 소음을 느끼지 못했지만 집에 있다보니 층간소음이 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며칠을 참던 C씨가 용기를 내 윗집에 올라가 조용히 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자신이 현재 임신 상태로 조심해야 할 시기라며 간절하게 요청했다. 위층도 미안해하며 조심하겠다고 했고 층간소음이 해결됐다는 생각에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러나 어느 순간 다시 소음이 크게 들리기 시작했고 C씨는 참다 다시 인터폰으로 항의를 했지만 위층은 이전과 달리 인터폰도 하지 말고 찾아오지도 말라며 오히려 화를 냈다. 그러는 동안에도 소음은 계속됐다. C씨는 소음이 발생할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 C씨는 태아가 걱정돼 남편에게 그동안의 일을 이야기했고 남편은 조심하라고 이야기하고 온다며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위층에 다녀 온 남편은 “아주머니가 집안을 보여주는데 매트를 집안 전체에 깔았고 아이들은 실내화를 신고 있더라고. 아이들이 뛸 때마다 야단을 심하게 친대. 당신이 임신했다고 해서 더 조심하고 있는데 가족들이 가능하면 당신 임신기간에는 외부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자고 해서 평일 낮에는 거의 집에 있지 않는대. 위층도 나름 노력하고 있으니 당신도 적당히 좀 참고 살아.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생활소음에 너무 예민하면 태아에게도 좋지 않아.”

남편에 말에 C씨는 섭섭하고 화가 났고 더 이상 남편에게 층간소음 문제를 상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C씨가 남편에게 원했던 것은 위층과의 갈등에서 자신의 든든한 우군이 돼 주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위층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결국 홀로 층간소음 갈등을 겪던 C씨는 스트레스로 인해 유산을 하고 말았다.

층간소음 피해자들은 가족이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에 2차 피해를 입는다. 그래서 층간소음 자체보다 가족들의 말이 더 힘들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고, 특히 남편의 말 때문에 상처받고 고통받는 아내가 많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족들에게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대표적인 말이다.

“당신이 너무 예민한 거야”, “관리소에 자꾸 밉보이지마. 동네 창피하게”, “나는 괜찮은데 당신만 유별나게 왜 그래? 공동주택은 원래 약간의 소음은 있어”, “당신이 집중할 일이 없어서 소리가 들리는 거야. 차라리 할 일을 만들어. 집에만 있지말고”, “너무 신경쓰지마.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데”, “당신 때문에 나도 아이들도 피곤하잖아”, “다 참고 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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