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타관              주택관리사·경제학 박사      미래주거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최타관              주택관리사·경제학 박사      미래주거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간혹 주택관리사들의 등산 모임에 참석해 보면 서로 간 하고픈 이야기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중에 대표적인 이야기가 거주자들의 ‘내로남불’ 이야기다. 사전에도 없는 조합된 단어로 굳이 의미 자체를 하나의 단어 속에 구겨 넣은 신조어라 할 수 있다. 못된 신조어다.

이 못된 신조어를 생산하는 곳이 안타깝게도 사회적으로 공인의 자리에 위치해 있는 사람들로부터 시작되는 서글픈 현실이다.

1984년 기독교사상 5월호에 실린 김인회의 글에서 당시 학생들의 농담 중에 ‘로맨스’와 ‘스캔달’의 차이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달’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오늘은 공동주택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로남불, 즉 아시타비(我是他非)의 사회적 악성화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요즘 공동주택에는 헬스장이나 도서관, 골프장, 스크린골프장은 기본으로 설계상 반영이 돼 부대시설이 상당히 활성화돼 있는 상황이다. 어떤 주상복합에는 심지어 수영장이나 사우나, 카페도 있어 관리하는 직원들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직원들의 육체적인 힘든 상황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공동주택의 재정과 회계상의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것이고 여기에 덧붙여 공동주택 90% 이상 되는 선량한 거주자들의 피해를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대시설은 고정비용과 변동비용이 발생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물론 주차장 관리운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지만, 기본적인 고정비용은 안전관리자로 지정되는 헬스코치, 골프코치, 사서 등이 있을 수 있고 청소를 담당하는 미화원과 행정업무를 보조하는 서무직원의 인건비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에 운영비용상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바로 에너지비용인데 이는 대부분 아파트에서 공용요금으로 처리하고 있어 시시비비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문제는 이 고정비용을 충당하는 차원에서 이용자들로부터 징수하게 되는 ‘사용자 부담원칙’의 ‘공동시설 이용료’의 자진 납부와 관련해 발생하는 내로남불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1인이 이용하는 경우와 가족 단위로 이용하는 경우로 나눠 이용료를 정해 부담하는 방안인데 월 단위로 이용료를 납부하면 출입할 수 있는 카드를 제공하고 한 달이 지나면 자동으로 출입할 수 없도록 이용을 금지하는 방법이 대부분이다. 물론 가족 단위 이용료의 경우는 당연히 1인 이용요금보다 적은 금액으로 책정이 된다. 부대시설 운영규정에 정해 징수되는 이용료에 대해 정직하고 선량한 다수의 거주자들은 규정을 어기지 않고 성실하게 협조한다. 그러나 이를 악용하는 이들은 1인 이용권을 발급받아 카드를 돌려가며 가족 모두가 이용한다. 문제해결을 위해 안면 인식기나, 홍체 인식기를 설치하는 아파트도 있다. 삭막하다 못해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들이 정감 있는 우리 민족의 민족성을 집어삼킨 지 오래다. 이용료가 많은 것도 아니다. 겨우 몇천원 아니면 1만원 정도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발견하면 관리사무소를 점거하고 직원들을 호통친다. 견강부회(牽强附會)다.

뒷조사를 해보면 본인은 지키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그릇된 행동에 열불을 내는 것이다.

또 독서실 이용 날짜를 어기고 보관함을 잠근 채 나타나지 않는 것은 다반사, 스크린골프 이용 시 1시간을 신청해 놓고 후속 이용자가 없다고 신고 없이 추가 시간을 이용하고 나서도 이용료를 납부하지 않고 먹튀 하는 것도 다반사. 설명을 하면 아전인수격으로 자기에게 유리한 말만 늘어 놓는다. 경제가 좋지 않은 요즘 공동주택 관리에 있어 발생하는 내로남불, 막상 관리종사자들은 쉬쉬하고 있지만 사회적 악성종양처럼 번져나가는 것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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