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A는 2018년 7월 2일 B위탁사와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B사는 이 아파트가 2018년 6월 29일 사용승인을 받을 것이라 보고 A와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사용승인을 받지 못해 B사는 이 아파트와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할 수 없었다. A는 2018년 9월 11일경 권고사직 전까지 근로계약에 따라 근무했으나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이를 청구했다. 이에 B사는 이 기간에 A가 관리소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으므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라 주장했다. 결국 A는 B사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과연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1심은 A의 청구를 기각하며 B사의 손을 들어줬으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은 A가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1심 판결을 취소, A의 청구를 인용했다.

항소심 법원은 2018년 7월 4일부터 같은해 9월 11일까지 이 근로계약이 해지됐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B사가 이 아파트와 관련한 형사사건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한 내용을 보면 입주예정일인 2018년 6월 29일에 맞춰 6월 27일 내지 28일경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8명 정도의 직원을 투입했던 사정,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폐쇄돼 일반 직원들이 대기, 관리소장과 전 기전 과장은 현장에 근무하며 수시로 현황 보고 및 순찰·점검을 부탁한 내용, 관리사무소 문이 폐쇄돼 때론 경비실에서 근무하곤 했었다는 진술을 확인할 수 있었다. A가 작성한 출근 및 근무일지 내역이 기재돼 있고 이 아파트 현장소장으로 근무했던 D에 따르더라도 A가 2018년 7월 초 업무일지를 쓰고 관리사무소 환기를 위해 문을 열어줄 것을 요청해 2018년 9월 초까지 문을 열어준 사실이 있다고 진술돼 있다. 따라서 A는 이 기간에 아파트에 출근했던 것으로 볼 수 있고, 이 아파트가 그 시기에 사용승인을 받지 못해 A가 관리소장으로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어도 A의 책임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A는 근로 장소의 상황에 맞춰 대기 및 순찰 등의 업무를 한 것으로 보이고 2018년 7월 4일부터 같은 해 9월 초까지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봄이 마땅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A의 입장에서 관리소장으로 일하러 간 아파트가 예상과 달리 준공이 늦어지고 관리사무소까지 폐쇄돼 업무 공간도 달라졌다. 준공 즉시 투입하려 했던 직원들은 대기 상태가 됐고, 관리소장의 업무는 아파트 순찰, 시설 점검을 하며 현장 상황을 살피는 일이 주가 됐다. 폐쇄된 관리사무소에 들어갈 수 없으니 경비실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결국 업무 개시 2개월 남짓 만에 위·수탁관리계약에 실패한 관리업체는 아파트를 떠났고 A는 근로계약에 따른 일을 제대로 한 것이 아니라면서 임금 지급을 거절한다. 한때 같은 편에서 조력했던 사이였으나 이제는 분쟁의 양 당사자가 된 것이다.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일정한 용역을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는 계약이다. A가 본래 관리소장으로서 제공해야 할 근로의 내용은 단순한 순찰과 시설 점검에 한하지 않지만 본래 업무를 하지 못하고 관리사무소마저 폐쇄돼 경비실에서 근무하게 된 배경에 그의 잘못은 없다. 예상과 달리 아파트의 준공이 늦어지는 과정에서 A의 사용자인 관리업체가 위·수탁관리업체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 탓이다. 예상과 달리 흘러간 상황은 A와 B사 모두에게 좋지 않은 일이지만 그 책임을 A가 부담할 것은 아니다. 근로자가 제공하기로 한 용역의 내용이 달라지게 된 배경에 근로자의 귀책 사유가 없고 근로계약이 해지되지 않았다면 여건에 따라 근로를 제공한 이상 마땅히 근로계약에 따른 보수를 지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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