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준공한 지 오래된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이 따로 없다. 조금 늦은 시간에 퇴근하면 주차할 공간을 찾아 헤매고 출근길은 이중 주차해 둔 다른 차량을 밀어내야 차를 뺄 수 있다. 이 같은 주차난 해소를 위해 아파트마다 한 세대가 보유할 수 있는 차량의 대수를 제한하기도 하고, 보유 차량 기준을 넘은 세대에 대해서는 부담금을 차별적으로 부과하기도 한다. 이 같은 규정이 환영받기도 하지만 주차가 금지되거나 부담금을 많이 내게 된 세대의 반발 역시 거세다. 입주자대표회의의 이러한 조치는 적법할까? 최근 한 아파트에서 차량이 일정한 규격을 넘으면 주차할 수 없도록 금지한 입대의의 조치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구한 일이 있어 소개한다.

입주민 A는 자기 소유 픽업트럭 주차등록을 마친 후 단지 내에 주차해 왔다. 이 아파트는 전체 세대수 1420세대로 당시 주차 등록된 차량은 1585대인 반면 주차 가능 주차 면수는 1427대에 불과해 주차 공간이 부족했다. 입대의는 관리규약의 세부 시행 규정인 주차시설관리 및 주차수입 부과 규정을 개정하면서 차량 등록증 제원상 너비 2000mm 이하, 길이 5300mm 이하의 차량만 주차 등록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입주자 등 과반수 서면 동의를 받았다. 이 차량은 개정 주차 규정에서 정한 등록 대상 차량의 규격을 초과했다. 이에 입대의는 A에게 이를 설명하고 단지 내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음을 고지한 후 출차를 요청했다. 그러나 A는 이 규정이 부당하다며 불응했고, 입대의는 이 차량의 주차등록을 말소하는 한편 차량 전면 유리에 주차위반스티커를 부착하고 입대의의 의결을 거쳐 매월 10~20만원의 주차 위반금을 부과했다. A는 개정 주차 규정은 구분소유자의 주차장 사용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규정으로 구분소유자의 대지사용권을 보장하고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의 일체성을 규정한 집합건물법 제11조 및 제13조를 위배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A는 입대의를 상대로 무효인 위 규정을 근거로 위법한 주차방해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면서 소를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A의 청구를 기각하며 아파트 입대의 손을 들어줬다. 1동 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이 그 건물의 대지를 공유하고 있는 경우 각 구분소유자는 별도의 규약이 존재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대지에 대해 가지는 공유지분의 비율에 관계없이 그 건물의 대지 전부를 용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적법한 권원을 가진다. 집합건물의 규약은 강행법규 위반 또는 구분소유자의 소유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정도로 사회 관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유효하다. 법원은 본건 개정 주차 규정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유효하다고 봤다.

첫째, 이 규정은 차량의 주차장 이용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규격을 초과하는 차량의 이용만 제한하고 있어 구분소유자들의 대지사용권이나 입주자 등의 공용부분 사용권을 본질적으로 박탈하거나 제한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둘째, 주차 면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정된 주차구역을 균등하게 이용하기 위해 일정 규격 초과 차량의 주차장 이용 제한 조치는 일정 범위 내에서 불가피하다.

셋째, 아파트 주차면적에 거의 맞닿거나 이를 상회하는 크기의 대형차량이 주차돼 있다면 그 위치에 따라 인접 주차 공간을 사용하지 못할 수 있으며 실제로 지속적인 민원이 발생했다. 따라서 이 조치가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제한이라 보기 어렵다. 입대의는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준수해 관리규약의 세부 규정인 주차시설관리 및 주차수입 부과 규정을 개정했고, 대형차량의 주차 제한이 사회 관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게 아니라면 유효하다. 비록 해당 세대는 주차를 할 수 없어 불편하겠지만 아파트는 여럿이 함께 사는 공간인 만큼 이를 감수하고 마땅히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