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한 아파트가 위탁관리방식을 채택해 C사와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했고, C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A는 2017년 11월부터 2020년 3월 초까지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했다. C사가 승강기 설치보수사업만 유지하고 주택관리업을 폐업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2020년 1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위수탁관리계약을 3월 10일자로 해지하기로 합의했다. C는 2020년 2월 A에게 아파트 계약 만료를 이유로 같은해 3월 10일자로 근로계약 해고예고 통보를 했다.

A는 2020년 3월 16일 C사를 상대로 부당해고임을 주장하며 원직 복직 및 해고 기간 임금 상당액을 구하는 구제신청을 해 초심에서는 패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에서는 인용됐다. 재심 판정에 따라 C사는 승강기 사업부로 복직을 명했으나 A가 불응하자 2021년 2월 무단결근 등의 징계사유로 같은해 3월 18일 해고했다. 이후 A는 입대의와 묵시적 근로관계에 있었다고 주장하며 2020년 3월 10일자 해고는 부당해고로 무효이고 해고일 다음 날부터 2021년 12월 말까지의 임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했다. 과연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위탁관리방식을 채택한 경우 입대의는 주택관리업자와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했을 뿐 소장과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므로 부당해고 분쟁 당사자로 볼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예외적으로 사용자성을 인정받는 경우가 바로 묵시적 근로관계에 있는 때다. 법원이 묵시적 근로관계를 인정하려면 원고용주는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할 정도에 이를 것을 요한다. 결국 관건은 A와 입대의가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지 여부다. 사안에서 입대의가 A에게 직접 임금 등을 송금한 점, 원천징수의무자로 근로소득세 신고가 이뤄진 점, 동대표들이 소장 등 면접에 참석해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한 점, C사의 폐업 결정 이후 관리를 맡게 된 신규업체에 A 등 2인을 고용 승계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입대의가 A의 근무를 반대하는 의견을 내 고용 승계가 거절된 점 등에 비춰 보면 입대의가 직원의 채용 및 관리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관여한 점은 인정됐다. 그럼에도 법원은 이 사정만으로 C사가 근로계약의 당사자로서 갖는 A에 대한 임면·징계·배치 등 인사권과 업무지휘명령권이 모두 배제 내지 형해화돼 A와 체결한 근로계약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관리비 계좌에서 A의 임금이 지급됐으나 이는 관리사무소 직원에 대한 임금을 관리비에 포함해 처리한 결과로 보이고 대인적 신뢰 관계를 기초로 하는 위임계약의 특성상 위임인인 입대의가 수임인인 C의 업무에 관해 감독하는 것으로 이해되므로 이를 두고 입대의가 수임인의 근로자인 A에 대해 개별적·구체적 지휘명령을 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특히 신규업체인 B사가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검토하며 진행한 면담에서 A의 태도와 언행에 비춰 볼 때 다른 단지에 배치해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 판단해 고용 승계를 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어 동대표들의 반대의견만으로 해고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C사는 재심 판정에 따라 A를 복직시키기도 했고 재차 징계해고 됐을 때 퇴직금을 지급하기도 한 사정을 감안하면 C가 근로계약 당사자로서 A에 대해 갖는 인사권과 업무지휘명령권이 모두 배제 또는 형해화 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위탁관리임에도 불구하고 입대의를 상대로 부당해고를 다투고 싶다면 주택관리업자가 독자적인 사업주로서 역할을 전혀 하지 않고, 인사권과 업무지휘권이 모두 배제돼 형해화될 정도여야 한다. 계약상 명시된 당사자를 바꾸기란 결코 쉽지 않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