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A와 B는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에 입후보했다. A는 선거운동 기간 중 각 세대 우편함에 홍보물을 투입했고 B는 이를 회수했다. 선거 결과 A는 281표, B는 369표를 얻어 B가 회장으로 당선됐다. A는 B가 각 세대에 투입한 홍보물을 회수한 것은 선거관리 운영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선거운동 기간 중 입후보자 등이 해서는 아니 되는 행위’ 중 공고문, 홍보물 훼손에 해당한다며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B의 당선 무효를 확인해 달라는 소를 제기했다. 과연 법원은 A의 손을 들어 줬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선 무효는 결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이 사안에서도 법원은 A의 청구를 기각했다. 입후보자가 당선되기 위해 허위 사실을 공표하는 등 선거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당선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같은 위반행위가 선거권자들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투표를 방해하고 선거의 기본이념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하게 침해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때에만 당선은 무효가 된다.

특히 이 사안에서는 문제 된 행위 자체가 과연 선거관리 운영 규정 위반인지도 다소 애매하다. 위 아파트 선거관리 운영 규정에는 ‘입후보자는 선거운동 기간 중 공고문, 홍보물 등을 훼손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그 선거홍보물이란 선거관리위원회가 지정한 장소에만 ‘게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A가 임의로 각 세대 우편함에 투입한 홍보물은 위 선거관리규정에서 정한 ‘선거홍보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설령 B가 각 세대 우편함에 투입된 A의 홍보물을 회수한 행위가 선거홍보물 훼손 행위에 해당해 위 선거 규정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위반의 정도가 당선 무효 사유에 해당할 만큼 중대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위 아파트 선거관리 운영 규정 역시 위반행위가 있으면 선거관리위원회 의결로서 그 위반 정도에 따라 중지, 경고, 시정명령, 위반금 부과, 후보자등록무효 결정, 고발 또는 수사의뢰, 당선무효 결정을 하도록 정하고 있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위 각 조치를 결정함에 있어 위반행위의 동기와 결과, 선거에 미치는 영향, 위반기간 및 위반정도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선거관리규정 위반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당선무효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 위반 정도에 비례해 제재를 가하도록 정하고 있다.

당선 무효 결정은 중대한 선거 규정 위반이 있는 경우와 같이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B가 A의 홍보물을 회수한 행위는 B의 당선을 무효화할 만큼 중대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실제로 위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도 당선 무효를 결의하지 않았다.

법원 역시 총 700표 중 B가 369표, A는 281표를 얻어 득표수 차이가 상당하고, 무효표가 50표인데 그 상당수는 B와 단일화한 다른 후보에 대한 것인 점 등에 비춰 볼 때 B의 회수 행위가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선거권자들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투표를 방해해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이로 인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기 부족하므로 당선 무효는 아니라는 결론이다.

법적으로 무효란 원천적으로 아무런 효과도 없게 되는 것이니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해 결코 쉽게 인정되지 않는다. 당선 무효 역시 마찬가지다. 위반행위가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할 뿐만 아니라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때에 한해 무효가 된다. 당선 무효, 결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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