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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Peter F Druker)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관리와 개선을 위해서 측정과 계산을 통한 계량화된 정보가 매우 중요함을 뜻한다. 자연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결국 자연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어야 가능하지만 우리는 자연의 가치는 매우 높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국 뉴욕시장은 뉴욕시의 나무를 심을 때 나무의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했다. 2006년 미국 산림청 데이비드 노왁 박사(David J. Nowak)는 뉴욕시의 나무 현황을 분석하고 수목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했다. 약 520만 그루의 나무로 된 숲지붕(Urban Tree Canopy)이 뉴욕시 전체 면적의 20.9%를 덮고 있었다. 뉴욕시 도시숲은 2006년 기준 약 135만 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이는 2490만 달러에 달하는 가치다. 또한 이 나무들은 연간 약 4만2300톤의 탄소를 흡수하고 약 2202톤(연간 1060만 달러)의 대기 오염물질을 제거한다. 뉴욕시 도시숲의 모든 가치를 더하면 약 52억 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가치의 추정은 i-Tree(inventory of trees economically and ecoloigcally)라는 도구가 있어서 가능했다. i-Tree는 도시숲 조성과 관리를 위한 정책적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무료 분석 도구로 나무와 숲이 제공하는 편익(benefits)을 계산한다. 미국 산림청은 1989년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숲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발전시켜 2006년 8월 i-Tree 도구를 웹사이트로 공개했다. 이후 전 세계 다수의 커뮤니티, NGO, 컨설턴트, 토지관리자, 자원봉사자, 학생들이 나무 한 그루, 지역, 도시 및 국가 수준에서 나무와 숲의 구조, 생태계 서비스, 나무 자원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i-Tree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과학 기반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지역 산림 자원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가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i-Tree는 나무가 가진 다양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여러 하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MyTree는 가장 사용하기 쉬운 도구로 웹사이트에서 각 지점의 한 그루의 나무의 경제적 가치를 빠르게 알 수 있다. i-Tree Design은 나무 한 그루를 심을 경우 건물과의 관계 등을 예측해 가치를 평가할 수 있고 i-Tree Eco는 기존 나무 조사 자료 또는 새로운 현장 자료를 입력해 개별 나무의 경제적 편익을 추정할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한국형 i-Tree를 개발하기 위해 2018년, 2020년, 2022년 데이터셋(수목 생물량, 대기 오염원 정보, 기상 정보)을 i-Tree 모듈에 탑재했다. 한국의 공간 위계별(1 국가, 17 특·광역시, 227 시·군·구, 2820 읍·동·면)로 자료를 구득해 기상 정보 자료의 공간 규모는 시, 군 단위로, 대기오염원 자료는 서울시는 구 단위에서, 그 외 지역은 읍·면·동·리 단위로 입력했다.

한국형 i-Tree의 특징은 우리나라 공간 위계별 데이터와 관측자료를 입력했기 때문에 한국의 지리적, 환경적인 특성이 반영된 결과를 산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형 i-Tree는 국내 다양한 도시숲, 가로수 등의 경제가치 평가에 활용되고 있으며 그 활용횟수는 연 300건을 상회하고 2023년 말까지 총 1610건이 사용됐다. 향후 한국형 i-Tree는 도시숲 평가 및 관리계획 수립, 기업 ESG 수립 및 지역사회 환경인식증진 자료로 활용가능할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23년 한국형 i-Tree를 사용해 창경궁숲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한 결과 ha당 약 2500만원으로 추정했고 산림청 미세먼지 차단숲 사업지인 평택일반산업단지는 ha당 약 1400만원으로 평가했다. 2023년 시민단체와 함께 서울시 내 신사동, 효자동, 연세로, 노원구 가로수길 현장에서 조사하고 평가한 결과 ha당 노원구는 218만6828원, 신사동은 96만4618원, 연세로는 103만6040원, 효자로는 265만2681원으로 추정했다. 한국형 i-Tree를 활용한 경제적 평가는 환경생태적 가치(대기오염물질저감량, 탄소저장·흡수량, 유수유출방지량)를 포함하고 있다.

아파트숲이 전선과 경합해 관리하고 있는 모습. 재해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
아파트숲이 전선과 경합해 관리하고 있는 모습. 재해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

나무 심는 봄에 나무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도구를 한번 활용하길 권한다. 이를테면 1m 크기의 소나무를 약 1만5000원에 구입해 서울시청에 심고 20년이 지난 후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해보니 약 16만원으로 증가했다. 물론 나무는 경제적 가치 이상으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정신적인 편안함, 휴식활동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파트 주변의 나무를 매년 싹둑 자르는 것은 나무의 경제적 가치를 줄이는 관행적 예산 지출이다. 바람에 쓰러지거나 전선때문에 정리할 필요가 있는 곳이 아니라면 그대로 둬 숲으로 가꾸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롭다. 때로는 측정을 통해 우리가 관행처럼 해온 가지치기 사업 등은 재고될 수 있으며 세상을 좀 더 이로운 방식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

과다하게 가지치기를 한 아파트 단지 내 수목. 경제적 가치가 감소한다.
과다하게 가지치기를 한 아파트 단지 내 수목. 경제적 가치가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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