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춘 (서울 노원프레미어스엠코아파트)

“어르신은 연세도 있으신데 근무하시는데 힘들지 않으세요?”, “아닙니다. 저는 이렇게 근무하는 것이 행복합니다. 저는 돈보다도 매일 출근할 곳이 있는 것이 즐겁고, 또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아파트에서 일하는 것이 제가 ‘살아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어느날 80대 경비원 선생님의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찡해오는 느낌이었다. 전에 살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맡으면서 경비원들이 정문 경비 맡기를 꺼려해서 관리사무소장과 고민을 하던 중에 80세가 넘은 경비원이 자신이 정문 경비를 맡겠다고 자원했다.

연세는 있었지만 건강하고 활발해 정문 경비를 맡겼다. 오가는 입주민들에게 싹싹하게 인사도 잘하고 차량관리도 잘했다. 아침 일찍부터 정문 주변의 청소도 자발적으로 하고 오히려 표정이 전보다 밝아진 것이다.

내가 정문을 지나면 나를 알아보고 우렁찬 목소리로 “회장님 안녕하세요. 제가 열심히 일하니까 나이 많다고 자르지 마세요”라고 한다.

“어르신, 그런 말씀 마세요. 어르신이 정문 경비를 맡고부터 우리 아파트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어르신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우리 아파트에서 오래오래 근무하세요”라고 나는 화답하곤 했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매년 경찰관서에서 교육을 받는다. 그런데 내가 사는 동의 경비실 경비원은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해 물었더니 “제가 공군 소령 출신이라 교육이 면제됩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나는 “저는 육군 병장 출신인데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충성”하며 거수경례를 하니 경비원이 웃는다. 공군 소령 출신 경비원도 입주민들에게 아주 친절하고 근무도 성실하게 잘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구석에 칸막이를 해서 미화원휴게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어느날 휴게실에 들어가니 한 미화원이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 아파트에 근무한 지 10년이 돼가는데 입대의 회장은 처음 이곳에 찾아온다”고 말한다. 천장과 벽은 도배도 하지 않았고, 옷가지는 벽에 신문지를 대고 걸어 놓여있고 정수기도 없고 선풍기만 돌아가고 있었다. 즉시 다른 동대표들 및 소장과 상의해 미화원 휴게실의 천장과 벽을 도배하고, 입주민들이 재활용장에 내놓은 상태 좋은 옷장을 골라서 휴게실에 설치했다. 정수기도 설치하고, 구청의 지원을 일부 받아서 에어컨도 설치했다.

입대의에서는 건강상의 이유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경비원·미화원의 해고는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입주민들에게도 “경비원·미화원도 우리 아파트의 가족입니다!”라는 제목의 안내문을 게시판에 부착하고 지속적으로 구내방송도 진행했다.

만약에 우리 아파트에 경비원이 없다면 입주민들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순찰을 돌고, 미화원이 없다면 우리들이 청소를 해야 할 것이다. 우리들은 서로서로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감사하면서 살아야 한다. 경비실에 택배 물품을 찾으러 가면 경비원은 더 친절해졌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나는 미화원과는 미소지으며 인사를 나누고, 아파트 분위기는 한결 좋아졌다. 입주민들에게는 ‘내가 참 좋은 아파트에서 사는구나!’하는 자긍심이 생겨났다. 80대 어르신의 경비원 생활이 ‘살아가는 의미’이듯이, 어쩌면 우리가 생업에 종사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도, 나를 지키고 가족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삶의 ‘경비원’으로서의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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