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아파트 열 사용요금의 지급을 방해해 아파트가 해당 업체에 연체료를 부담하게 됐더라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배임죄의 죄책을 부담하지 않는다(대법원 2009. 6.25. 선고 2008도3792)는 판결을 소개한다.

1. 문제의 제기
피고인은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 아파트의 열 사용요금을 지정된 납입기한까지 납입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6. 3. 2.경 2006. 1월분 열 사용요금 약 1억3765만원을 납입기한까지 납입하지 않아 피해자인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그 연체료 275만원을 부담하게 함으로써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고 SH공사로 하여금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게 했다. 또 2006. 4. 3.경 2006. 2월분 열 사용요금 및 전월분 연체료 합계 1억2210만원을 납입기한까지 납입하지 않아 피해자인 이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그 연체료 약 238만원을 부담하게 함으로써 재산상 손해를 가하고 SH공사로 하여금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했다는 사실로 공소가 제기됐다.

2. 대상 판결
법원은 “업무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하는데(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여기서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 함은 총체적으로 봐 본인의 재산상태에 손해를 가하는 경우, 즉 본인의 전체적 재산가치의 감소를 가져오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이와 같은 법리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내지 제3자가 취득하는 재산상의 이익에 대해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업무상 배임죄는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하는 외에 배임행위로 인해 행위자 스스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할 것을 요건으로 하므로, 본인에게 손해를 가했다고 할지라도 행위자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없다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없다(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5도6439 판결 참조)”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아파트에서 열 사용요금 납부 연체로 인해 발생한 연체료는 금전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에 해당하므로, SH공사가 연체료를 지급받았다는 사실만으로 SH공사가 그에 해당하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나아가 SH공사가 열 사용요금 연체로 인해 실제로는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았거나 연체료 액수보다 적은 손해를 입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비로소 연체료 내지 연체료 금액에서 실제 손해액을 공제한 차액에 해당하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라고 할 것”이라며 “이와 같이 SH공사가 재산상 어떠한 이익을 취득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고 할 것이나, 기록상 그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배임행위로 인해 SH공사가 연체료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는 없음에도,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이와 달리 판단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으니, 이런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3. 소결
이 아파트 입대의 회장이 불신임 의결을 당하자 이에 대한 항의의 의사표시로 자신의 인장을 직무대행자에게 내놓지 않았고, 이와 같은 이유로 직무대행자와 관리소장이 열 사용료 비용을 집행하지 못해 결국 연체료를 물게 됐다.

단지 평면적으로 본다면 원심판결이 타당할 수 있지만, 아파트 사건들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대법원의 판단이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다. 해당 아파트 입대의 회장이 인장을 날인하지 않은 이유는 입주민들의 재산에 손해를 가하고 수급업체에게 연체료 상당의 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을 해임시킨 직무대행자 등에 대한 항의의 의사표시였다.

대법원도 이와 같은 사정을 정확히 이해해 연체료 상당의 손해와 그로 인한 수급업체의 이익은 형사상 범죄로 취급될 만한 손해나 이익이 아니라, 단지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일 뿐이므로 형사처벌은 과하다고 판단했던 것이고,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타당하다고 보인다.

[키워드: 입주자대표회의, 연체료, 배임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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