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생활연구소 김정인 연구위원
주생활연구소 김정인 연구위원

지역사회에서 공동체의 실천은 더이상 설득이 필요한 영역이 아니다. 특히 공동주택 단지에서 공동체 활성화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주민 간의 교류, 화합을 통한 갈등 예방의 효과와 더불어 나아가 주택관리에의 관심과 협조를 통한 자산가치 유지, 장수명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동주택 단지에서의 공동체 활성화는 공동주택관리법에서 공동체 생활의 활성화를 규정함으로써 관리의 영역 안에 공고히 자리매김했고, 공동주택 모범관리단지 및 우수관리단지 선정을 위한 평가 기준을 통해 공동체 활성화의 기본적인 목표와 방향성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공동체 활동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람, 공간, 프로그램이 적절하게 확보돼야 한다. 인적 측면은 앞서 언급한 공동체생활의 활성화 규정에서 공동체 활성화 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공간적 측면 또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서 단지 세대수에 따라 주민공동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주거기본법에 의한 장기주거종합계획에서도 미래에 대비하는 주거환경 조성 및 주택관리를 위해 커뮤니티 중심의 사회통합형 주거문화 구축을 위해 커뮤니티 공간 확보,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보급을 계획한 바 있다.

LH 공공임대주택에서도 공동체 활동의 거점이 되는 작은 도서관 활성화 사업은 투입된 가치 대비 4배 이상의 편익을 창출해 공간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사업에 비해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의 필요성에 대해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복지 정책 중 ‘居場所(이바쇼) 만들기’도 비슷한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바쇼’의 사전적 의미는 ‘거처’, ‘사는 곳’이지만 사회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곳, 소속감을 느끼며 존중받을 수 있는 곳’으로 확대해 해석된다. 어린이, 고령자를 비롯해 누구나 모일 수 있는 공간 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역사회 내에서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사람들을 거주하는 집이나 학교, 일터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사회복지법인, NPO법인, 대학, 자치회, 민간기업 등 다양한 운영주체가 공공기관, 복지시설, 편의점, 학교 등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조성할 수 있다.

도쿄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의 재정비에 따라 창출되는 용지를 활용하거나 공공임대주택의 회의실을 지역 내 커뮤니티 거점으로 활용하는 ‘모두의 살롱(Salon)’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전개하는 등 특히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한 거점 공간 마련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단지 내에 공동체 거점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공공임대주택의 주된 입주자가 고령자나 장애인 등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취약계층이나 1인가구인 점에서 거주자의 개별 생활에서 충족하지 못하는 결핍요소들을 충족시킬 수 있고, 공공의 시설을 지역사회에 개방함으로써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인식 개선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약 30%가 15년 이상 경과됐고, 영구임대주택의 노후도가 더욱 심각하다. 노후도가 진전되면 막대한 수선유지비가 소요돼 효율적인 자산관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경제성 확보의 측면에서 효율적인 재정비가 필요하겠지만 공동체 활동을 위한 거점 공간의 적극적인 확충과 지역사회 개방을 통해 공공임대주택 입주자의 활력있는 공동체 형성과 지역사회 내 공공임대주택의 긍정적인 자리매김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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